“북, 영변 재가동은 ‘북핵 협상’ 몸값 높이기 사전 정지작업”

입력 2021-10-29 04:03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말리 극장에서 열린 수교 30주년 기념 ‘한·러 상호 교류의 해’ 행사 폐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TASS연합뉴스

북한이 올해 상반기 영변 핵시설 내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북핵 협상’을 대비해 몸값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이전보다 더 힘들어졌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왔다.

국가정보원은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내 5㎿급 원자로를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가동한 징후를 식별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그러면서 “플루토늄을 추가로 확보해 핵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영변 핵시설이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판단한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향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를 더 높게 쳐줄 것을 요구하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북한은 앞으로 완전한 비핵화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겠다고 하는 뜻”이라며 “전략전술무기를 불가역적으로 완성하겠다는 의미로 이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핵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 힘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종전선언 협의 선결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폐지와 일부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보고했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광물질 수출과 정제유 수입, 의약품 등 민생 관련 제재를 해제해 줄 것과 연합훈련 중단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실현이 불가능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지원 국정원장은 ‘북한이 선결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의에 “사견을 전제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국정원은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올해 공개활동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올해 71회의 공개활동을 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5%가 증가한 수치다. 또 ‘친인민 리더십’ 부각을 위해 김 위원장은 ‘그 정을 따르네’라는 노래를 뮤직비디오와 함께 선보였으며, 김 위원장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가 공개되기도 했다. 국정원은 이 같은 움직임을 김 위원장의 ‘친인민 이미지’ 만들기의 연장이라고 보고했다.

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외교안보 총괄역을 맡고 있다고 국정원은 판단했다. 김 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대외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민생 동향을 파악해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등 내치를 보조하는 역할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봉쇄해 온 중국과 러시아와의 국경을 이르면 다음달부터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중국 간 열차운행 재개는 이르면 다음달 중 될 것이라고 국정원은 분석했다.

한편 박 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제보 사주’ 의혹과 관련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고,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주환 김영선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