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대장동 개발사업 컨소시엄’에 대형 건설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유한기 당시 개발본부장에게 수차례 지시했지만 묵살됐다고 밝혔다. 황 전 사장은 대장동 사업 공모는 결국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특혜 의혹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황 전 사장은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재직 당시 대장동 민간사업자 신청 자격과 관련해 ‘왜 건설사는 제외하느냐, 대형 건설사가 들어오면 리스크는 줄고 컨소시엄 구조가 훨씬 튼튼해지지 않느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지시를 당시 간부회의 석상 등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황 전 사장은 2015년 2월 6일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유 전 본부장은 공사 내에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에 이어 2인자로 불린 인물이다. 공사는 2월 13일 발표한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에 ‘건설업자는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황 전 사장은 “당시 왜 대형 건설사를 안 넣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소위 ‘만만한 놈’을 데리고 사업을 하려 했던 것 같다”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는 개인이라서 대형 건설사가 참여하면 사업 진행이나 수익배분 과정에서 휘둘릴 걸 우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개발사업 공모에서 명시적으로 건설사를 배제하고 화천대유 같은 자산관리회사(AMC)에 가점을 주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해 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은 “건설사를 프로젝트금융회사(PFV)에서 배제하면 낮은 금리로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어 사업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었다.
황 전 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2015년 1월 투자심의위원회와 이사회에선 공사가 대장동 사업 이익 ‘50% 이상’을 받기로 의결했는데, 실제 공고에선 이 항목이 ‘1822억원 고정’으로 변경된 것을 검찰 조사에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내가 ‘사퇴 자작극’을 하고 있다지만 (사퇴 압박) 녹취를 들으면 당시 분위기가 어땠는지 온 세상이 다 안다”며 “떳떳하다면 특검을 통해 밝히셔도 된다”고 했다.
검찰은 유한기 전 본부장이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2억원을 전달받은 정황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 측은 변호인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수사기관에 명확히 답변드릴 계획”이라고 했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