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조문 이틀째인 28일에도 각계 인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가 처음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도 남편을 대신해 조문을 왔다.
김 여사는 이날 오전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부축을 받으며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거동이 불편해 전날 빈소에 나오지 못했던 고령(86세)의 김 여사는 오후에 열린 입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았다. 김 여사는 조문하러 온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과 악수하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입관식은 유족과 6공화국 주역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10분가량 진행됐다. 김 여사는 휠체어를 탄 채 입관실로 이동했다. 입관식에 참석한 인사는 “비교적 침착한 분위기 속에 입관식이 치러졌다”고 전했다. 노 관장도 입관식 이후 조문객들을 만나 “아버지 편안하게 가셨어요. 얼굴이 살아계셨을 때보다 편안해 보였어요”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이순자 여사와 장남 전재국씨가 경호원 3명을 대동한 채 빈소를 찾았다. 김 여사와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이 여사는 10여분간 빈소에 머물렀다.
이 여사는 “전 전 대통령 건강이 좋지 않아 함께 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임재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이 전했다. 임 전 수석은 “(영부인이었던 두 분이) 서로 오랫동안 같이 여러 일을 했기 때문에 옛날 이야기를 하고 건강 이야기도 나눴다”고 설명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이 여사는 ‘유가족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 ‘5·18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는 취재진에게 답하지 않은 채 장례식장을 떠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전 의원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전날보다는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정치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고인을 추모하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창룡 경찰청장 등이 빈소를 방문해 애도했다. 박철언 전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6공화국 실세로 불렸던 인사들은 이틀째 빈소를 지켰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조문하고 방명록에 한글로 “노태우 전 대통령께서 중·한수교와 관계발전에 기여해주신 공헌이 길이길이 빛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광장에 일반 시민을 위한 분향소를 마련했다. 분향소를 찾은 직장인 이모(61)씨는 “(노 전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보다는 (대통령 재임 당시) 모든 면에서 잘했다고 생각해 조문했다”고 말했다. 분향소는 30일까지 운영된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