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임기만료로 퇴직”… 헌재 ‘임성근 탄핵심판’ 각하

입력 2021-10-29 04:05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 결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법관으로는 헌정사상 처음 탄핵소추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을 각하했다. 연합뉴스

재판개입 의혹에 연루돼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 심판대에 오른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 사건에서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임기 만료로 이미 법관직을 상실해 ‘공직자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심판의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 행위는 중대한 헌법위반에 해당한다는 소수의견도 제시됐다.

헌법재판소는 28일 국회가 지난 2월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해 헌법을 위배한 임 전 부장판사를 파면해달라”며 청구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5명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3명은 중대한 헌법위반이 확인된다는 인용 의견을, 재판관 1명은 심판절차를 종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수 의견을 낸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은 이 사건 탄핵심판이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임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직한 상태여서 행위의 위헌성 여부를 심판하더라도, 탄핵심판의 본질인 파면 결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탄핵심판의 이익을 인정하려면 탄핵결정 선고까지 피청구인이 공직을 보유하는 것이 반드시 요구된다”며 “파면 여부와 상관없이 오로지 탄핵사유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심판 이익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28일 임기가 만료돼 공직을 떠났다. 이미선 재판관도 각하 의견이었지만 퇴직 법관에 대해서도 시효제도 등을 도입해 본안 판단을 받아볼 수 있도록 입법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재판관은 소수의견에서 “직무집행에 있어서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가 확인된다”며 탄핵소추를 인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임기가 만료됐더라도 재판독립의 의의나 법관의 헌법적 책임 등을 규명하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침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며 탄핵심판의 실익이 있다고 봤다.

또 임 전 부장판사가 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여러 재판에 반복적으로 적극 개입한 행위는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김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피청구인의 행위로 인한 법치주의 훼손을 확인하면서 탄핵심판의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탄핵소추안 발의를 주도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고 직후 취재진에 “본안 판단을 회피함으로써 헌법 수호 역할을 포기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불필요한 오해와 논쟁을 초래해 많은 분들의 심려를 끼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입장을 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이와 별도로 재판개입 혐의(직권남용) 재판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있던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쌍용차 집회 관련 체포치상죄로 기소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재판 등에 관여한 의혹이다. 1·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