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사진) 서울시장이 ‘박원순표 시정’과 정치 편향 논란을 낳은 TBS를 직접 언급하며 “예산 사업의 재구조화와 지출 구조조정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내년 서울시 예산안을 심의할 정례회가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인 시의회에 선전포고를 통해 본격적인 오세훈표 정치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오 시장은 28일 페이스북에서 “지난 10년간 서울시가 빚을 내서 마련한 예산이 사용된 곳을 보면 미래에 회수가 가능한 투자는 별로 없고, 빚 돌려막기가 아니면 일회적 선심성 지출이 너무 많았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1년 3조1761억원이었던 채무는 올해 9조5490억원으로 3배 늘어났다. 예산 대비 채무 비중도 13.03%에서 21.92%로 늘었고, 내년엔 25.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무비율이 25%를 초과하면 재정주의단체로 지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지방채 발행이 제한되며, 신용등급 하락 등 추가적인 타격도 예상된다.
오 시장은 채무 증가의 책임을 박원순 전 시장에게 돌렸다. 그는 “전임 시장이 저의 방만한 재정 운영을 성토하면서 각 부서에 종이 한 장, 연필 한 자루도 아껴 쓰라고 독려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며 “그래서 실제로 그 채무가 줄긴 줄었을까. 그런 정도로 7조원의 채무를 갚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조직이 직접 하면 되는 업무까지 소위 중간지원조직이라는 형태로 일부 시민단체에 맡기면서 추가 비용을 들일 이유가 없다”며 서울시 바로세우기 사업이 재정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TBS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분이 많다”며 “서울시 재정혁신은 서울시의 예산이 지원되는 투자출연기관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로 인한 정치 편향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TBS에 대한 예산 삭감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서울시는 현재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TBS 출연금을 지난해보다 100억원 이상 삭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오 시장은 또 “무상보육지원 같은 복지 분야 사업도 재원이 없어 지방채를 발행해 시행했다. 지방채는 결국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라며 ‘선심성 복지’에 대한 구조조정도 예고했다.
시의회는 현재 전체 110석 중 민주당이 99석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시가 제출하는 예산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 내부에선 시의회 반대로 뜻대로 시정을 펼치기 어려운 만큼 이번 정례회에서 오 시장이 강공 드라이브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번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셈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심의과정에서 모든 안건을 두고 시와 시의회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며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이현 강준구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