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8일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인의 의견으로 각하를 결정했다. 이미 퇴직한 판사에게 파면을 선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헌정 사상 첫 판사 탄핵 사건이어서 헌재가 실익 여부와 상관없이 위헌성 여부를 판단해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는 예상은 기대로만 끝났다. ‘사법농단’에 직접적 판단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향후 논란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아쉽다. 국회가 임 전 부장판사를 탄핵소추하기까지 정치적 논란이 거셌고, 지금도 진영에 따라 서로 비난하며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법관의 독립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그 누구도 판사에게 재판의 진행과 방향, 판결문의 내용과 형식을 강요할 수 없다는 의미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일하면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등의 담당 판사에게 재판 방향을 지시하고, 판결문을 수정토록 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1·2심 재판부 모두 직권남용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위헌적 행위’(1심), ‘부적절한 행위’(2심)라는 표현을 판결문에 담아 법률적 판단과는 별개로 헌법적 가치 훼손을 우려했다. 이런 점에서 헌재 결정문에 담긴 재판관 3인의 소수의견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들은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직무 집행에 있어서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임을 확인한다”고 적시했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는 헌법의 명령은 누구에게도, 어떤 일이 있어도, 조금이라도 침해 받아서는 안 된다는 엄격함이 담겨있다.
지난 정권에서 있었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종료를 6개월여 앞둔 지금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기소된 고위 법관 14명 중 절반 이상이 아직도 1심 재판을 받는 중이다. 법적 마무리가 늦어지고 유무죄가 엇갈리면서 이 사건은 다시 진영 논리에 편승한 정치권 싸움의 소재가 됐다. 여야 후보가 확정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하면 소모적 논쟁은 더욱 거칠어질 것이다. 그러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정치적 거래나 싸움의 소재가 될 수 없다. 국민 모두가 권력과 자본의 압력으로부터 독립된 법관에게 신속히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헌법에 명시된 가치를 지켜 나가야 한다.
[사설] 임성근 탄핵 각하됐으나 사법농단 면죄부 아니다
입력 2021-10-2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