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현안 수두룩한데… 뜬구름만 잡는 공정위원장

입력 2021-10-29 04:07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산업계와 관련 부처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다. ‘네카쿠(네이버·카카오·쿠팡)’ 때리기에 나섰고, 온라인플랫폼법 지정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각을 세우고 있다. 해운 담합 관련해서는 해양수산부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처리가 늦어지면서 관계 당국으로부터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안 된다는 볼멘소리도 듣고 있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경쟁 당국 수장으로서 조성욱 위원장의 소신과 강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지난 27일 조 위원장이 자청한 기자간담회에서의 발언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듯싶다. 조 위원장은 해수부와 갈등을 빚은 데 대해 “관계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적인 절차를 마련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M&A(인수합병) 심사 등 현안에 대해서도 연내에 마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조 위원장은 부처와의 갈등 해결방안으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 절차를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심의 중인 사안과 관련해 정부 부처가 공정위에 의견을 제출하는 것은 현재도 가능하나, 부처 간 견해차가 크거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직권으로 관계부처에 의견 제출과 진술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하고 있는 절차를 공식화하겠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공정위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사건 1건을 처리하는 데 걸린 기간이 평균 496.7일이 걸렸다고 질타를 받았다. 조 위원장은 이와 관련 “공정위가 최근 처리한 사건을 보면 구글, 애플, 네이버, 삼성웰스토리, 하림, 금호 등 굉장히 어렵고 외국계 기업과도 같이 풀어야 하는 문제가 많았다”고 에둘러 치적을 홍보했다.

조 위원장은 다음 달 초 ‘사건처리 업무개선 작업반’을 발족해 신속하고 내실 있는 사건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 위원장이 스스로 약속한 ‘특단의 대책’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세종=심희정 경제부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