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광주가 ‘1000원 밥상’을 통해 공동체정신을 나누고 있다. 전남대와 대인시장에서 지갑이 얇은 대학생·소외계층의 끼니 해결사 역할을 하는 중이다.
전남대는 아침밥을 먹지 못한 대학생들을 위해 2015년부터 광주캠퍼스 제1학생회관 식당과 화순캠퍼스 여미샘 식당에서 따뜻한 밥과 깔끔한 반찬을 곁들인 1000원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복지 차원에서 국립대 최초로 도입했다.
1000원 식당은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이 1000원을 내고, 대학발전기금과 정부(농림수산식품문화정보원)가 1000원씩 분담한 2000원을 더해 3000원짜리 실속형 식단을 아침식사로 제공한다. 공휴일과 토·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운영된다.
올들어 코로나19로 운영 기간이 줄어든 지난해 1만2000여명보다 5000여명 많은 1만7000여명이 천원 밥상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대가 처음 도입한 1000원 밥상은 현재 서울대와 부산대 등 전국 20여개 대학으로 퍼져 아침밥을 거르기 쉬운 학생들의 수호천사가 되어주고 있다. 울산대도 지난 3월부터 이 대열에 동참했다.
광주 1000원 밥상의 원조는 대인시장 ‘해뜨는 식당’이다. 이곳에서는 혼자 사는 노인, 일용직 노동자 등을 위해 2010년부터 1000원짜리 한 장으로 사 먹을 수 있는 백반을 팔고 있다. 쌀밥 한 그릇과 정성 가득한 3~4가지 반찬을 기본으로 된장국을 곁들인다.
공짜 밥은 자존심이 상할 수 있으니 당당하게 돈을 내고 먹으라고 정한 1000원의 가격은 그동안 한 차례도 올리지 않았다. 해 뜨는 식당은 한 달 평균 200만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외면할 수 없어 문을 닫지 못하고 있다.
첫 운영자 김선자씨가 2015년 별세한 이후 막내딸 김윤경(48)씨가 바통을 물려받아 운영 중이다. 지난 5월 2021년 광주시민 사회봉사 대상을 받았다.
광주시민들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먹은 광주 공동체정신이 그 뿌리가 된 게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이웃과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공동체정신으로 극복하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광주 지역사회에 형성돼 왔다는 것이다. 선한 영향력이 소외된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지켜주고 있는 셈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5·18의 대동정신이 광주공동체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1000원 밥상이 살맛 나는 지역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