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기후변화 대응 보고서’는 생색내기용?

입력 2021-10-29 04:07
한국은행이 28일 기후변화 대응 시 생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녹색채권을 활용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여건이 미비한 상황에서 나온 검토 위주의 내용으로, 다음달 1~2일 대통령이 참석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의식한 생색내기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82쪽 분량의 ‘기후변화와 한국은행의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한은 대출의 적격담보증권에 녹색채권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출 및 지급결제 제도, 공개시장 등의 운영 시에 담보에 녹색채권(그린본드) 추가를 검토하겠다는 게 요지다.

이를테면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녹색자금 공급 확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금중대는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한은이 은행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보고서는 그러면서도 금중대 지원대상 중소기업이 제한적인데다 자금용도 및 사후관리에 대한 인증 절차가 미비한 점을 고려할 때 지원대상 및 규모 결정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의 녹색채권에 대한 높은 수요로 인해 은행들이 한은 대출담보 용도로 활용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차액결제용 담보증권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및 증권 대차 대상증권에 녹색증권을 추가하는 방안 역시 비슷한 이유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같은 검토 위주의 설익은 방안에는 향후 로드맵조차 빠져있다.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 입장에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고려해 앞으로 대응방향에 대한 시그널을 주기 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부처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위해 시장여건을 봐가며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검토한 뒤 의사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 분석 결과 저탄소경제 이행과정에서 고탄소 기업의 부도율은 2019년 대비 최대 10.2~18.8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따라 국내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2050년 기준년 대비 최대 5.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