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재천명했다. 올해만 벌써 두번째 똑같은 내용을 반복한 것으로, 다음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에서 열릴 세계환경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양만큼 흡수해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시 주석의 이 선언은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계획이라는 내용의 분석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신문은 가장 먼저 중국의 석탄 소비량을 점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석탄 소비량은 87.638PJ(페타줄)로 전세계 나머지 국가들의 석탄 사용량을 다 합친 것(69.526PJ)보다 많았다. 전세계 석탄 소비의 절반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PJ는 에너지 사용을 표시하는 단위로 1PJ는 0.4메가톤의 에너지 방출량에 해당한다. 원자폭탄 40여개를 터뜨릴 때 나오는 에너지와 비슷하다.
문제는 이런 석탄 소비량이 중국에서 2000년대 이후 폭증한다는 데 있다. 1980년 13.093PJ였던 석탄 소비량이 2000년 28.167PJ로 두 배 이상 늘어난 뒤 2005년 50.768PJ, 2010년 74.949PJ, 2020년 87.638PJ를 기록하며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파리협약 체결 5주년을 맞아 열린 유엔 기후목표 정상회의(Climate Ambition Summit)에서도 화상연설을 통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5% 이상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 국영 전력기업들의 연합체인 중국전력기업연합회(CEC)는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능력을 현재의 1000기가와트 수준에서 1300기가와트로 대폭 늘리겠다고 천명했다.
실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중국 각 지방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24곳의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을 승인했다. 이는 일본과 헝가리, 루마니아가 건설 중인 화력발전소를 전부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결국 중국의 현재 에너지 사용 실태를 살펴보면 시 주석의 발언들이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WSJ는 “석탄은 중국경제 전체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56%”라며 “중국이 지구 전체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견해는 바로 석탄 사용량 때문”이라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