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인사들 조문 행렬… 이재명 “망자에 대한 예우”

입력 2021-10-28 04:02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오른쪽)씨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딸 소영씨, 아들 재헌씨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는 27일 아침부터 밤까지 각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오전 10시 빈소가 마련되자 고인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가장 먼저 헌화했다. 영국 출장을 떠났던 아들 노재헌 변호사는 급거 귀국해 오후부터 조문객을 맞이했다. 고인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거동이 불편해 빈소에 나오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은 노란색 체크무늬 넥타이를 맨 모습이었다. 영정 오른편에는 무궁화대훈장이 놓여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이 조화를 보냈다.

유가족에 이어 주요 인사들의 조문이 시작됐다. 노태우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조문을 마친 뒤 “(노 전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가 빠르게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사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빈소를 찾았다. 최 회장은 10여분간 빈소에 머물며 고인을 애도했다. 이혼 소송 중인 부인 노 관장과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최 회장은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 오랫동안 고생하셨는데 이제는 영면 하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대신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유 실장은 문 대통령의 조문이 불발된 데 대해 “일정 조정을 시도했는데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이어지고 있고, 내일 아침에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참석차 출국이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부겸 국무총리,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김 총리는 정부의 국가장 결정에 대해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할 때가 되지 않았나 판단된다. 국민의 이해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대선 후보, 이낙연 전 대표 등이 빈소를 방문했다. 송 대표는 방명록에 ‘과오에 대해 깊은 용서를 구했던 마음과 분단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억합니다’라고 적었다. 이 후보는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한 것”이라며 “빛과 그림자가 있는데, 결코 그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이 조문했다. 이 대표는 고인에 대해 “12·12 군사반란 등에 참여했던 과가 있지만, 추징금 납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등 전 전 대통령 일가와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편안한 영면이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고, 홍준표 의원은 “재임 중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조직폭력배를 소탕한 큰 업적이 있다”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씨도 빈소를 찾아 주목받았다. 박씨는 조문 이유에 대해 “만약 전두환씨가 돌아가셨다면 오지 않았겠지만, 노 전 대통령은 수차례 자녀를 통해 책임을 통감하고 용서를 구하는 말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6공화국 주역들도 아침부터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의원, 노재봉·이홍구 전 국무총리, 정해창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빈소를 지켰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