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간 신경전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두 사람은 27일 G1방송에서 열린 강원지역 합동토론회에서 거친 말을 주고받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구속영장이 전날 기각된 것이 이슈로 떠올랐다. 윤 전 총장은 공수처가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주장하면서 고발사주 게이트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공격의 화살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돌리며 “집권여당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사주”라며 비판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저는 참 딱하다고 생각이 되는 게 여기는 대선 토론장”이라며 “줄곧 정책 토론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본인이 수사할 때는 정당한 수사고, 본인이 당할 때는 정치공작이라 하느냐”고 공격했다.
윤 전 총장도 반격에 나섰다. 긴 정치이력에도 불구하고 홍 의원을 돕는 전·현직 의원이 적은 점을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은 “당대표 두 번에 대선 출마도 하시고, 경남지사에 5선까지 하신 눈부신 경력에도 홍 의원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아픈 대목을 건드렸다. 이어 “저희 캠프에 들어오시는 분들을 보면 (홍 의원이) 공천장사, 줄세우기라고 비판하시는데 왜 홍 의원님을 등지는 사람이 많은 것이냐”며 따져물었다.
홍 의원은 “저는 계파도 안 만들고 계파의 졸개도 돼본 적이 없다”며 “10년 전 구태정치인이나 하는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강원도 지역공약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윤 전 총장이 강원경제특별자치도를 제시하자 홍 의원은 “2017년 문재인 당시 후보가 공약했고, 지금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두 분의 공약은 접경지역인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전제로 하는 평화특별자치도”라고 반박했다.
홍 의원을 향한 다른 후보들의 공세도 거셌다. 원 전 지사가 문재인정부의 고교학점제 도입 정책을 비판하면서 “해당 정책을 모르고 계셨느냐”도 묻자, 홍 의원은 “장학퀴즈식 질문엔 답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내신 제도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학생 장악의 수단으로 쓰고 있다”는 홍 의원 주장에 유승민 전 의원은 “모든 것을 전교조, 민주노총의 문제로 해석한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갈등은 최종 경선을 앞두고 격화하는 모습이다. 홍 의원 캠프는 이날 선관위에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를 고발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한 지역본부에서 보낸 ‘모바일 투표가 어려운 분들은 연락을 주시면 도와드리겠다’는 문자를 문제삼은 것이다.
홍 의원은 토론회 후 페이스북에 “대선 토론장이 참 저질로 변해간다. 상대방을 골탕 먹이는 짓을 계속 한다면 무시하고 답변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두 사람의 지지율도 접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더300 의뢰로 조사한 결과 홍 의원이 30.7%, 윤 전 총장이 25.1%로 집계됐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선 홍 의원 39.3%, 이 후보 41.9%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 후보와 윤 전 총장 간 양자대결에선 이 후보(45.8%)가 윤 전 총장(35.7%)을 10.1% 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