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바빙크(1854~1921)는 계몽주의 철학과 자유주의 신학에 맞서 교회와 성경의 권위를 지켜낸 네덜란드의 개혁파 신학자다. 믿음이 어떻게 보편적으로 타당한 학문이 될 수 있을까 평생 고민했고, 일부러 자유주의 성향의 레이든 대학교에 진학해 본인이 간직한 정통 개혁신학과의 대화를 추구했다. 혹독한 신학적 학문적 훈련, 그러면서도 자유주의자들과의 친밀한 우정 등을 통해 그는 개혁주의를 대표하면서도 소통이 가능한 대가로 거듭났다.
‘헤르만 바빙크의 일반은총’(다함)은 1894년 바빙크가 네덜란드 캄픈신학교에서 두 번째 교장직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했던 이임 연설이다. 날 선 코, 길고 얇은 수염, 날카로운 눈빛, 뼈와 힘줄만 남은 체형 등 종교개혁가 장 칼뱅에 대한 익살스러운 묘사로부터 책은 시작한다. 칼뱅을 따르는 개혁파 후손들도 이렇게 표현한다.
“프랑스의 위그노파, 네덜란드의 칼뱅주의자, 영국의 청교도와 스코틀랜드 장로교인 모두가 충성 되고 열정적인 사람이란 역사적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그들과 친밀히 지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들의 얼굴과 성격의 완고함은 마음을 끌지 못했고, 그들의 태도와 방식은 고집이 세고 부드럽지 못했습니다. 엄격함과 음침함이 칼뱅주의자에 대한 변명이 됐습니다.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소위 칼뱅을 따르는 고집 센 후손들에 대한 비난은 드문 것이 아닙니다.”
책은 그러면서 칼뱅의 일반은총 개념을 설명한다. 창조에서 나타나는 선한 질서가 곧 일반은총이라며, 인간은 원죄가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은혜로 만물을 보존하신다고 설명한다. 존재 그 자체로 차별 없이 베푸시는 하나님의 선물을 일반은총이라고 부른다.
이번 책은 도서출판 다함의 ‘헤르만 바빙크의 교회를 위한 신학’ 다섯 번째 편이다. 우병훈 고신대 교수가 감수와 해설까지 맡았다. 앞서 1편 기독교 세계관, 2편 찬송의 제사, 3편 설교론, 4편 교회의 신학에 이은 번역물이다. 다함은 지난해 1월부터 바빙크의 저작을 한국교회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다함은 ‘다윗과 아브라함의 자손’이란 뜻이자,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말씀에서 유래했다. 작은 출판사가 바빙크 전집을 목표로 꾸준히 출판을 이어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총신대를 졸업한 이웅석 다함 대표는 27일 “제 아이 이름도 다함”이라고 말했다. 신학 출판을 사명으로 인식하고 진리와 사랑과 겸손을 담아 책을 출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500년 전의 칼뱅은 너무도 멀기에 모더니즘 세계관 이슈와 맥이 닿는 바빙크가 개혁주의 성향의 세계 신학자들에게 자주 언급되고 있다”면서 “제임스 에글린턴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의 바빙크에 대한 비평적 전기 역시 번역을 마쳐 내년 초 출간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