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대구고검 검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일정과 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공수처는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한 뒤 ‘윗선’ 수사로 올라간다는 계획이었지만 한 달 넘게 이어진 수사에도 결국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한 결정적인 증거를 공개하지 못했다. 수사의 첫 시험대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오히려 공수처의 조급증만 엿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속영장 기각 펀치를 맞은 공수처는 27일 “일희일비하지 않고 전체적인 수사 내용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수사전략이 일부 노출된 데 따라 손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곧바로 소환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향후 추가 물증 및 진술 확보가 될 경우 손 검사 등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에 나설 여지도 남겨뒀다.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공수처는 손 검사, 김 의원과의 소환 일정 조율에 다시 나설 예정이다. 손 검사는 자신의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공수처에 다음달 2일과 4일 출석 의사를 밝혔었다. 김 의원도 최근 공수처에 조만간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표했고 공수처는 김 의원에게 이번 주까지 나와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아직 두 사람의 소환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손 검사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날짜를 다시 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공수처의 논리와 증거자료 등 수사전략이 일부 공개된 터라 핵심 피의자들을 당장 조사하는 데 실익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쉬운 수사가 아닌 만큼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며 핵심 연루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 시도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당시 대검찰청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공수처는 당초 대선 개입 논란 등 정치권의 비판을 고려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다음달 5일 이전 수사 진도를 최대한 많이 진척시켜 놓겠다는 방침이었다. 윤 전 총장을 지난달 10일 입건한 뒤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받은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던 것도 부담이었다. 공수처는 같은 날 손 검사와 김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손 검사 휘하 검사들을 조사했지만 아직 고발장 작성과 전달에 관여한 검사를 특정하지 못했다.
공수처가 제보자 조성은씨와 김 의원의 통화 녹취록을 디지털 포렌식하면서 수사에 탄력을 받는 듯했지만 이마저도 손 검사의 고발장 개입 여부를 명쾌히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녹취록에는 “고발장을 ‘저희가’ 만들어 보내 드리겠다” “제가 (고발하러)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된다” 등 김 의원의 발언이 담겼다. 공수처로서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복수형 ‘저희’가 누구인지, 제3의 인물이 존재하는지 밝혀내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 공수처에 입건된 한동훈 검사장과 권순정 전 대검 대변인의 사건 관여 여부도 파악해야 할 대상이다. 손 검사는 “대검에서 (고발장이) 작성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