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 회복을 앞두고 문화·예술 공연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목인 연말에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선 방역 지침을 더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영화관·공연장에서 한 칸씩 띄어 앉게 한 방역 지침을 완화해 달라는 호소가 많다. 현재처럼 전체 좌석의 50~70%만 운영해서는 경영 정상화와 회복은 요원하다. 정부는 29일 일상 회복 최종안을 발표한다.
27일 영화, 연극, 클래식 등 공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무자들은 연말 상영관·공연장 운영 방식을 고민 중이다. 접종완료자만 입장할 수 있는 전용관을 만들거나 미접종자와 구별되는 ‘접종완료자 구역’을 지정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같은 작품을 여러 번 상영하는 영화관의 경우 접종완료자 전용관을 만들 수 있지만 클래식, 뮤지컬 공연은 공연횟수가 많지 않아 어렵다. 한 공연장 내에서 접종완료자 구역을 나누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가능한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업계에선 공통적으로 좌석 수 제한을 없애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영화관·공연장은 동행자 외에는 한 칸씩 띄어 앉아야 한다. 공석이 발생해도 받을 수 있는 관객 수가 제한돼 있다. 정부는 지난 18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하면서 좌석 띄우기 지침은 그대로 뒀다. 운영시간만 오후 10시에서 자정으로 늘렸다.
안미현 CJ ENM 부장은 “운영시간 변경은 큰 의미가 없다”며 “좌석점유율을 어느 정도까지 높일 수 있는지가 향후 일상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 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도 “그동안 공연장에서 감염이 확산된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객석 띄어 앉기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며 “지금은 동행자 간 띄어 앉기를 할 경우 좌석의 70%, 1명씩 띄어 앉으면 50%밖에 차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공연장 내 거리두기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 시내의 한 클래식 공연장 관계자는 “공연을 보기 전에 일행과 함께 식사하고, 공연장에 들어와서는 떨어져 앉아 관람한다면 (띄어 앉기의)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클래식은 대부분 다회 공연이 아닌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는데 거리두기 제한에 따라 오픈할 수 있는 좌석 수가 적어 힘들다”고 말했다.
다음 달에 일상 회복이 시작된다고 해서 문화·예술 공연이 바로 활기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류진아 롯데컬처웍스 홍보팀장은 “일상 회복 후 영화관의 운영 방식은 정부에서 관련 지침만 내려오면 곧바로 준비할 수 있지만 실제로 관객들이 감염 위험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덜고 상영관을 찾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올해는 웜업(준비) 기간이고 내년 초가 돼야 업계도 일상을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일상 회복 이후에도 월간 손익분기점을 따져보면 적자가 예상된다”며 “그래도 겨울 성수기와 맞물린 12월에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