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도운동의 ‘성지’인 경기도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원장 김원철 목사)도 코로나19의 충격을 비껴갈 순 없었다. 1973년 설립 이후 하루도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기도원은 47년 만에 잠깐 멈췄다. 만일의 감염 사태에 대비해 지난해 3~5월, 8~9월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김원철 목사는 27일 “코로나가 심할 땐 기도원 안에 있는 야외 공원묘지 참배객까지 막았다”면서 “숙소는 물론 화장실 수도꼭지까지 잠갔다. 전 세계 기독교인이 찾는 성지, 한국교회 기도의 엔진이 꺼졌을 땐 심적 고통이 컸다”고 회고했다.
2년 전만 해도 이곳에선 매년 자체 성회 32회, 외부 성회 20회가 열렸다. 연간 120만명이 기도원을 찾다 보니 매달 전기료만 3000만원이 나갔다. 교역자와 식당 종사자, 매점, 경비원, 청소부 등 155명이 37만9692㎡(11만7248평) 부지 내 17개 건물을 관리했다. 그러나 지금은 관리자가 55명으로 대폭 줄었다.
중소형 기도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인건비와 전기·수도요금 등 시설관리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기도원총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기도원은 100여개로 등록된 기도원은 400여개다.
박정연 강원도 철원 성소기도원장은 “지난 32년간 매일 100여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열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집회 중단을 지시하는 바람에 잠시 문을 닫았다”면서 “기도원을 찾는 성도 수도 반 토막 났다”고 했다.
박 원장은 “전국 기도원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우리 기도원만 해도 한 달 전기료만 500만원이 나온다. 중소형 기도원은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옥란 경남 양산 감람산기도원장도 “68년부터 50년 넘게 기도원 사역을 했지만,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과거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기도자들이 줄었다. 작은 기도원은 생존의 어려움마저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도원은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인원 제한이 풀리는 만큼 기도 사역의 기지개를 켤 예정이다. 박 원장은 “위드 코로나가 되면 예전처럼 영혼을 살리기 위해 매일 예배드릴 것”이라면서 “기도원 ‘영맥’이 끊기면 한국교회도 냉랭해진다. 교회가 사는 길은 목사가 무릎 꿇고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도 “오는 12월부터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목회자 중직자 청년 청소년 콘퍼런스를 시작한다”면서 “목회자부터 토굴에 들어가 창자가 끊어질 정도로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놓고 부르짖겠다는 결연한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최자실 목사님이 기도하던 기도굴을 재현하고 가칭 영산조용기목사기념관도 세울 예정이다. 한국 기도운동의 심장에서 강력한 성령운동을 일으키겠다”면서 “오늘의 영적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간단하다. 신앙 선배처럼 산기도 금식기도 철야기도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은 다음 달부터 219개 기도굴과 숙소 등을 전면 개방한다. 내년 1월 신년축복금식기도대성회를 시작으로 목회자 3000명 초청 금식기도대성회 등 대규모 행사를 연다. 10월에는 세계오순절대회(PWC)도 예정돼 있다.
파주=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