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지난주 정부가 약속하고 교회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백신 인센티브에 따른 예배를 드렸다. 물론 아직도 정부의 관제적, 도식적, 획일적 방역에 대한 분노와 섭섭함, 저항감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백신 인센티브를 적용해 20%까지 예배를 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설레고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더구나 11월 1일부터는 백신 미접종자를 포함하는 경우 수용인원의 50%까지 운영할 수 있고, 접종 완료자만 모이면 인원 제한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마음속에 우려하는 바가 있다. 많은 목회자가 코로나 이전의 교회로 돌아가려는 착각을 갖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미국교회 목회자들에 의하면 현장예배만 고집한 교회는 적어도 30% 내외의 교인들이 교회를 나오지 않으리라 예측했다. 주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실제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처치’를 준비해 온 교회는 예배 회복 탄력성이 강하고 더 많은 교인이 몰려왔다는 결과도 있었다.
‘하이브리드’라는 용어는 미국의 문학 평론가이며 소설가인 레슬리 아론 피들러가 경계 해체 시대의 문화적 특징을 학문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쓴 말이다. 요즘엔 각 영역에서 사용되며 유명해졌다. 두 가지 이상이 혼합돼 하나가 되면 더 놀라운 장점을 이루고 시너지 효과를 이룬다는 뜻이다.
하이브리드 처치는 대면과 비대면이 서로 하나를 이루는 교회를 말한다. 예배의 본질과 가치, 존엄성과 숭고함을 지키되, 여전히 믿음이 약하고 과도기에 있는 노마드(유목민) 신자들에게 선교 전략과 교감 차원으로 온라인 처치를 이루는 것이다. 온라인 처치는 온라인으로 예배만 송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회 성경공부 제자양육 구역예배도 드리는 것이다.
선교 전략상 당분간은 하이브리드 처치를 운영해야 한다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플랫폼 처치’를 이루는 것이다. 플랫폼 처치는 단순히 교회가 사회적 환원과 공유, 그 책임을 다하는 교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현대인들의 영성에 대한 갈망은 더 깊어졌다. 오래전 미션스쿨에 다니며 읽었던 낡은 성경책을 꺼내 읽기도 하고, 집에서나마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교회만이 담을 수 있는 하나님의 충만하심과 임재, 운행하심, 예배의 생명성과 신비감을 가득 담아내는 신령한 플랫폼의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만이 가진 신비감과 생명 에너지를 지역사회와 불신자들에게 흘려보내야 한다.
새에덴교회도 지역 주민을 위해 섬김의 봉사를 했지만, 코로나 초기에는 경계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어떤 분들은 마치 스토커처럼 교회에 자동차가 몇 대가 들어가는지, 사람이 몇 명 모이는지를 집요하게 관찰하며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교회는 이를 탓하지 않고 자가 진단키트를 활용하면서 철저하게 방역을 지켰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이 먼저 신뢰를 보냈고 지역 주민들도 ‘저 교회는 방역이 완벽한 교회’라며 믿어줬다. 나중엔 오히려 교회를 염려하면서 자신도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고 싶다고 문의할 정도였다. 이제 우리는 지역사회를 향해 생명 에너지를 전달하고 교회의 신비감과 생명력, 안전한 피난처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
그럴 때 한국교회가 다시 초대교회적 원형교회로 세워질 수 있고, 더 큰 회복 탄력성을 가져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어갈 것이다. 생명력과 신비감은 말로만 설명될 수는 없다. 미국의 설교학자인 조엘 비키가 말한 것처럼 마음에서 마음으로, 경험에서 경험으로, 신비에서 신비로 전달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걸어가야 한다. 하이브리드와 거룩한 플랫폼이 마주하는 교회를 세워가야 한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