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혁 기자의 ‘예며들다’] 사회를 움직이는 ‘큰 목회자’가 안 보인다

입력 2021-10-29 17:46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특별행사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모멘트’ 개회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의 10, 20대를 ‘코로나 로스트 제너레이션’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친구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더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니라 변화에 겁먹지 않고 ‘웰컴’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 나가는 세대, ‘웰컴 제너레이션’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립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아이돌 그룹 BTS(방탄소년단)가 지난 9월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특별행사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모멘트’ 개회 세션에서 전한 메시지입니다. BTS는 이번 제76차 유엔총회에 문재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참석해 청년과 미래세대를 대표해 연설했습니다.

BTS는 이날 다음세대의 미래뿐 아니라 팬데믹이나 기후 위기에 관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특히 BTS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팬 ‘아미’를 중심으로 SNS에 ‘#ARMYvaccinatedtoo(아미도백신을맞았다)’는 해시태그를 붙이며 백신 접종에 나서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BTS의 연설은 문 대통령도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사무총장이나 내가 수백 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칭찬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고 감동을 줬습니다.

BTS의 연설이 세상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을 보며 자연스레 한국교회로 시선이 갔습니다. 요즘은 목회자들보다는 BTS 같은 아이돌이나 유명인이 내는 메시지가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유기윤 교수 연구팀이 2017년 발표한 미래 도시에 관한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를 보면 조금은 절망적이기까지 합니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90년 즈음 미래 도시에서는 플랫폼 소유주, 플랫폼 스타, 인공지능(AI), 프레카리아트(보통 시민)의 4개 계급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플랫폼 관련 기술을 소유한 0.001%의 기업인이 가장 높은 계급을 차지하고, 0.002%의 인기 정치인과 연예인 같은 스타가 다음 계급을 차지할 것이라는 겁니다. 99.997%의 보통 시민은 AI에 밀려 가장 낮은 계급에 속할 것이라고 봤죠.

아주 극소수의 유명 성직자 외 일반 목회자들 역시 프레카리아트에 속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물론 목회자는 사람들을 섬기는 자리에 있기에 계급이 무의미하지만, 이를 단순히 계급제도 측면이 아니라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의 측면에서 볼 때 목회자의 영향력이 점점 더 낮아질 것이란 점에서 우려가 됐습니다.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의 현실을 둘러봐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며 하나님이 주신 긍정과 희망, 예수 사랑의 메시지를 전파해야 할 목회자들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천들 사이에서만 유명한, 영향력 있는 목회자들 말고요.

물론 교회 내에서도 이런 현실에 자성의 목소리는 높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일반인에까지 전해지지는 않는 듯합니다. 다음세대를 위한다는 외침은 높지만, 실제 그 마음이 다음세대에 잘 전달되고 있을까요.

하나님은 행함 없는 믿음은 헛것이고, 죽은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회 정치에 집중하기보다는 사회를 걱정하고, 멀리 있는 막연한 이웃이 아니라 예수님의 형상을 따라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 사랑을 실천하며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고 봅니다. 말뿐인 호소가 아닌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 사람들은 교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BTS의 뷔가 앞선 연설에서 전한 다음의 말은 한국교회에도 충분히 울림을 줄 만한 말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의 미래에 대해 너무 어둡게만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세상을 위해 직접 고민하며 길을 찾고 있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주인공인 이야기의 페이지가 한참 남았는데, 엔딩이 정해진 것처럼 말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