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청와대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이 후보가 지난 10일 민주당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 만이다.
회동에선 이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나 부동산 문제, 대북 현안과 같은 정치적 주제는 다뤄지지 않았다. 청와대가 사전에 이 후보 측에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은 거론하지 말자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약 50분간 차담 형식의 만남을 가졌다. 회동에 배석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대화에서는 대장동의 ‘대’자도 안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이나 수사라는 단어 자체도 나오지 않았다”며 “사전에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주제는 피하자고 했고, 실제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부동산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며 “대북 관련 이야기를 할 자리도 아니었다. 무거운 얘기를 다 피하다보니 가볍게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동을 두고 야권에서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청와대가 의제와 관련해 극도로 조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경기지사 경력을 언급하며 “저는 문재인정부의 일원이다. 앞으로도 문재인정부가 성공하고 역사적인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끝까지 많이 도와 달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확장 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문 대통령은 대기업뿐 아니라 어려운 중소기업을 자주 찾아 달라고 조언했다.
청와대는 다음 달 야권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선출된 야권 대선 후보가 면담을 요청할 경우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이번 회동으로 실익을 거뒀다는 평가가 많다. 청와대는 이 후보 측의 면담 요청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고, 면담이 성사되면서 당·청 갈등 우려를 불식하게 됐다. 회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가 지난 24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만나면서 원팀 구도가 형성됐다.
문 대통령은 “경쟁을 치르고 나면 경쟁으로 생긴 상처를 아우르고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 전 대표와의 회동은 아주 좋았다”고 평가했다. 청와대가 정치적 논란은 최소화하면서 당내 갈등까지 봉합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청와대 회동 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정 전 총리에게 선대위 상임고문직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고, 정 전 총리는 이를 수락했다. 또 후보 직속으로 미래경제위원회를 두고 정 전 총리가 위원장을 겸직키로 했다. 이 후보 비서실장인 박홍근 의원은 “정 전 총리의 캠프 명칭이 미래경제캠프였다”며 “정 전 총리의 정책을 승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세환 정현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