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주역, 민주화 후 첫 직선 대통령… 파란만장한 삶

입력 2021-10-27 04:06
국민일보DB

노태우(사진) 전 대통령이 26일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최근 지병이 악화해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체제 이후 국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한 첫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았다. 하지만 군사 쿠데타의 주역으로 5·18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책임이 있다는 오명을 평생 떨쳐내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보통사람’이라고 강조했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979년 육사 11기 동기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12·12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았다. 제5공화국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민주정의당 대표를 거쳐 직선제 개헌이 이뤄진 1987년 13대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퇴임 2년 만인 1995년 반란수괴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이듬해 전 전 대통령과 함께 수감됐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석방됐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박탈당했다. 2002년 전립샘암 투병 이후 외부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들 재헌(56)씨는 2019년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아버지를 대신해 희생자들에게 사죄했다.

유족들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별세 전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 참으로 영광스러웠다”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점 및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유족으로는 아내 김옥숙(86) 여사와 딸 소영(60), 재헌씨가 있다. 빈소는 27일 오전 서울대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