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소수의 극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억만장자세’ 도입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사회복지 예산안 통과를 위해 예산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재원 마련을 위해 기존의 법인세 인상이 아닌 억만장자 부유세를 차선책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억만장자세는 채권 주식 등 자산의 미실현 이익에 대해 최소 20%의 세율을 적용해 연간 단위로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미국에선 주식이나 채권에 대해 보유세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자산 가치가 올라도 매각하지 않으면 과세 대상이 아니다. 또 부동산이나 사업 지분 등 자산을 매각한 후 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과세 대상 기준은 10억 달러(1조1680억원) 이상 자산 보유자나 3년 연속 1억 달러(1168억원) 이상 소득을 올린 이들이다. 론 와이든 미 상원 재무위원장에 따르면 이 조건을 충족하는 이들은 약 700명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억만장자세로 벌어들일 수입이 2000억~2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는 ‘인적 인프라’로 불리는 3조5000억 달러(4091조850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 예산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재원 확보 방안으로 제시된 법인세율 인상이 자칫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절반씩 차지하고 있어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모든 민주당 의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고육지책으로 예산 규모를 약 1조7000억~2조 달러로 대폭 줄이고 대안으로 억만장자세를 제시한 것이다. 억만장자세가 포함된 절충안은 민주당 내 추가적인 지지를 끌어내며 통과 가능성을 높였다. AP통신에 따르면 법인세 인상에 부정적이던 조 맨친 의원은 “부유한 사람들이 ‘공정한 몫’을 부담하도록 하는 억만장자세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