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6일 청와대 상춘재 회동에서 2017년 당내 대선 경선과 건강 관리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부동산 등 민감한 현안 이야기를 최대한 자제하고, 서로를 치켜세우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후보는 이날 50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문 대통령에게 “마음에 담아 둔 얘기라 꼭 드리고 싶었다. 지난 대선 때 제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2017년 당내 경선 과정에서 친문 성향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에 강한 이의를 제기하며 문 대통령을 공격했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에 대해 “저와 경쟁했고, 이후에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해냈고, 대통령으로서, 경기지사로서 함께 국정을 끌어왔다”며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는데 이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돼 여러모로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이 후보가 “아직 (대통령) 임기가 많이 남았다”고 말하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빨라졌고, 기후위기 대응도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는 다음 정부가 지는 짐이 더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차기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에게 “지난번 뵈었을 때에 비해 얼굴이 좋아지셨다”고 덕담을 했다. 두 사람은 지난 14일 세종시 행사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피곤이 누적돼 도저히 회복이 안 된다. 현재도 이 하나가 빠져 있다”며 “대통령은 극한직업이라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 일 욕심을 내면 한도 끝도 없다”고 조언했다.
이 후보는 면담 전 상춘재 앞에서 대기하다 녹지원을 가로질러 오는 문 대통령을 보고 “어른이 오시는데”라며 연결 계단을 내려가 악수를 했다. 또 문 대통령과 자신 모두 대공황을 극복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을 존경한다며 경제 위기 극복을 천명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도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후보는 청와대 경내에 심어진 백송을 언급하며 “아주 특이하게 생겼는데 심은 사람이 좀 특이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 나무는 1983년 식목일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심었다. 이 후보의 발언을 놓고 전 전 대통령 옹호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야당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