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도중 아내와 함께 먹던 음식에 침을 뱉은 남편에게 대법원이 재물손괴죄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아내가 먹던 반찬과 찌개 등에 침을 뱉은 혐의(재물손괴죄)로 기소된 변호사 J씨(47)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J씨는 지난해 4월 집에서 아내가 전화통화를 하면서 밥을 먹는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고 아내 앞에 놓인 음식에 침을 뱉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내가 “더럽게 침을 뱉느냐”고 말하자 J씨는 다시 반찬 그릇에 침을 뱉어 아내가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부부간 식탁 위 ‘침 공방’은 격분한 아내가 112에 신고를 하면서 사건화됐다. 검찰은 “침을 뱉어 아내 소유 음식의 효용 가치가 훼손됐다”며 J씨를 재판에 넘겼다.
쟁점은 아내가 먹던 반찬과 찌개 등이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형법상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이나 문서 등을 상하게 하거나 숨기는 등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떨어뜨리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 J씨는 재판 과정에서 “음식은 아내 소유의 물건이 아니고, 내 소유이기도 하며 침을 뱉는 행위로 음식의 효용이 훼손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준비해 먹던 중인 음식이 피해자 소유가 아닐 리가 없고, 음식에 타인의 침이 섞인 것을 의식한 이상 그 음식의 효용이 손상됐음도 경험칙상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J씨가 경찰에서 “나도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못 먹었다”고 진술한 점도 음식의 효용이 훼손된 근거로 봤다. 그러면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는 것은 타인과 공동으로 소유하는 재물을 손괴하는 경우도 포함한다”며 벌금형을 유지했다. 2심은 “반찬과 찌개 등을 피고인이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었다고 할 수 없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역시 “재물손괴죄의 ‘타인의 재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