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2일부터 6개월간 유류세가 20% 인하된다. 휘발유 가격은 1500원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류세 인하 폭은 역대 최대 규모다. 물가 상승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당정은 26일 ‘물가대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다음 달 12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6개월 동안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대한 유류세를 20%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ℓ당 164원, 경유 116원, LPG부탄은 40원씩 인하된다. 10월 셋째주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ℓ당 1732원인데, 인하된 유류세를 적용하면 1568원으로 9.5% 낮아지게 된다. 휘발유 차량을 하루 40㎞ 운행한다면 월 2만원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경유 역시 ℓ당 1530원에서 1414원으로 7.6% 내려간다.
유류세 인하는 2018년 11월 이후 3년 만이다. 정부는 당초 15% 인하를 염두에 뒀지만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인하 폭을 확대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물가 인상 압력을 막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정책적 수단을 쓴다는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분이 전부 가격에 반영될 경우 월 기준 물가가 약 0.33% 포인트 인하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모습”이라며 “우리의 경우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긴 하나 민생과 직결되는 생활 안정이란 면에서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가계지출 대비 유류비 비중이 높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체감 혜택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유류세가 인하되더라도 실제 주유소에 가격이 반영되는 데까지는 2주 정도 시차가 생길 전망이다. 석유제품이 정유공장에서 나와 저유소를 거쳐 주유소로 유통되는 과정이 통상 2주 걸리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하 발표 이후 소비자가 주유를 일시적으로 미루거나 주유소·충전소가 시행 시점까지 재고를 줄이는 과정에서 혼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민간사업자인 주유소 업계에서 유류세 인하분을 가격에 얼마만큼 반영할지도 미지수다. 국제 유가가 상승기여서 유류세 인하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유류세 인하 정책이 시행됐던 2018년 11월 당시 시민단체가 시장 모니터링을 한 결과 유류세 인하분을 가격에 반영했던 주유소는 전체의 절반이 안 됐다. 정부는 최대한 즉각적인 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시중 주유소 공급을 서두르고 민관 합동점검 체계를 가동하는 등 유류세 인하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인하 기간에 국제유가가 안정될 경우 유류세 인하 조기 종료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