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유·무선 통신 서비스가 25일 오전 11시 20분쯤부터 1시간여간 장애를 겪으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인터넷 검색부터 증권거래시스템, 기업·병원·공공기관 등의 전산 시스템이 모두 마비됐다. 일부 가입자는 전화 통화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점심시간에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서 점심 장사를 하는 식당과 카페 등 자영업자의 피해가 컸다. 포스(POS) 망이 작동하지 않아 카드 결제가 안 됐기 때문이다. 일부 카드사는 승인 장애를 겪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피해 시간대에 평소보다 카드 승인이 35~4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 주인은 “제일 바쁜 시간에 1명이 계속 계산대에서 양해를 구하고 현금이나 계좌이체 방식을 안내해야 했다”며 “회사 근처라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고객들이 많은데 카드 결제가 안 되니 돌아서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도 피해를 입었다. 교육부는 “오전 11시20분부터 정오까지 KT통신망을 쓰는 12개 교육청 7742개 학교·유치원·기관에서 인터넷 서비스에서 불편을 겪었다”라며 “다만 행정망 등 전용회선은 정상적으로 이용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인터넷 서비스는 오후 모두 정상화됐다. 학교 원격수업에 활용되는 e학습터와 온라인클래스 등 공공학습관리시스템의 경우 접속한 학생 중 일부는 접속 오류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e학습터의 경우 오전 11시30분부터 정오까지 콜센터에 접수된 장애건수는 34건이다.
대학생들도 온라인 수업·시험에서 오류가 발생해 불편을 겪었다. 온라인 회의 플랫폼으로 강의가 진행되는 곳에선 휴강이나 결석이 속출했다. 한양대에선 ‘법과 인권’ 과목의 온라인 시험을 치르던 중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먹통이 되면서 금융권에서는 고객의 항의가 빗발쳤다. 미래에셋, KT증권, 삼성증권 등 증권사들은 KT망을 이용하는 고객의 온라인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는 내용의 공지사항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급한 업무는 지점을 방문하거나 유선으로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통신망 장애로 손실을 봤다고 주장해도 실제 보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이 업무에 차질을 겪거나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과 수납을 하지 못해 환자들을 귀가시키는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KT는 이번 장애의 원인이 처음 지목했던 디도스 공격이 아닌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라고 밝혔다. KT는 “초기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하면서 디도스 공격으로 추정했는데 정밀 조사 결과 라우팅 오류로 파악됐다”며 “통신 장애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근 지역 유·무선 통신이 마비된 것에 이어 전국적인 망 마비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선 인터넷 시장 점유율 1위인 KT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현지사 화재 당시 KT는 피해 고객과 지역 소상공인에게 약 70억원 규모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번 사태는 2018년보다 피해 시간은 짧았지만, 전국에 걸쳐 장애가 발생한 만큼 보상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KT는 5G 이동통신 고객이 책임 없는 사유로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을 때 월정액·부가사용료의 8배 금액을 기준으로 고객이 청구하면 협의해 손해배상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정부와 경찰도 조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경기도 성남 KT 본사에 사이버테러 1개팀 5명을 보내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별다른 범죄 혐의점이 나오지 않아 KT 내부 오류로 인한 장애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보다 자세한 원인 파악을 위해 추후 관계 기관들과 합동 조사를 추가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합동 조사에서 범죄 혐의점이 나오면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방송통신재난대응상황실을 구성해 완전한 복구 여부를 확인하고 사고원인을 심층 조사하고 있다”며 “KT에 이용자 피해 현황을 조사하도록 조치했다. 재발방지대책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한주 이도경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