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태풍에 휘말린 은행권… 씨티銀 결국 소매금융 포기

입력 2021-10-26 04:05

플랫폼 전성시대다. 쇼핑, 배달 등 모든 것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한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업종이던 은행권도 예외는 아니다. 시중은행들은 점포 중심 영업에서 앱 등 디지털플랫폼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급기야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이에비해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어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씨티은행은 지난 4월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소비자금융사업 출구 전략을 발표한 이후 사업 청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해왔다.

소비자금융 청산의 최대 난관이었던 고용 승계 문제는 사측과 노동조합의 합의로 일단락됐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사측이 제시했던 ‘특별퇴직금 최대 7억원 지급·자녀 학비 제공’ 등 조항이 들어간 희망퇴직안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노사는 소비자금융 부문 임직원 939명의 고용 승계 문제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노조는 사측이 안정적인 인수 대상을 찾아 인수합병(M&A)을 진행해 직원의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측은 소매금융 사업부문의 전체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결국 적절한 매각 상대를 찾지 못했다.

씨티은행이 은행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소비자금융 사업 철수라는 고육책을 꺼냈지만, 기성 은행권의 몸집 줄이기는 최근 일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5년간 5대 시중은행에서만 점포 450여곳을 폐쇄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들 은행에서 희망퇴직 등으로 퇴직한 임직원도 2600명에 달한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시장 파이를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달에만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mini 26일 적금’ 등 신상품을 출시하고 중·저신용 차주에 대한 첫 달 이자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 5일 출범한 토스뱅크는 모든 고객에게 조건 없는 연 2% 금리의 수시입출금통장, 실적 조건·한도 없는 체크카드 상품 등을 판매하며 시장 안착을 노리고 있다. 특히 토스뱅크는 주요 은행이 대출상품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높이는 상황에서도 최대한도 2억7000만원, 최저금리 2.76%의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여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인터넷은행이 재래은행과 비교해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설 수 있는 데에는 오프라인 점포 없이 온라인으로만 운영된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은 예대마진이나 수수료 정도로만 이윤을 낼 수 있지만, 인터넷은행은 점포 임대료, 관리비용, 인건비 등 고정비용도 추가로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출이나 예·적금 등 상품 간 금리 비교 플랫폼이 발달하면 상대적으로 혜택이 우수한 인터넷은행으로의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