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건강한 신앙공동체로 사회 요구에 귀 기울일 것”

입력 2021-10-26 03:03
김은섭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한국루터회관에서 교단운영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오는 31일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4주년을 맞는 종교개혁주일이다. 루터가 주창한 ‘오직 믿음, 오직 은총, 오직 성경’은 “예수로 돌아가자, 진리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루터교회는 1517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재발견된 복음의 가르침을 통해 탄생한 최초의 개신교회이다.

루터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세워진 기독교한국루터회(루터회·총회장 김은섭)는 1832년 7월 독일 루터교 선교사였던 칼 귀츨라프로부터 시작됐다. 교단의 모습을 갖춘 건 1958년이었다. 루터회는 전국 52개 교회가 소속된 작은 교단이다. 교세 확장보다는 최초의 개신교회로서 종교개혁 정신과 신학, 신앙 유산을 보존하고 보급하는 데 힘써왔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한국루터회관에서 만난 김은섭(66) 총회장은 “큰 교단은 어떤 안건을 채택하고 시행할 때 이를 헌법화하고 규정화하는 게 쉽지 않다. 작은 배가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있듯, 루터회는 작은 교단이지만 총대들과 함께 꾸준한 개선을 통해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루터회는 앞서 지난 7~8일 서울 용산구 중앙루터교회에서 제51차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김은섭 총회장을 재신임했다. 김 총회장은 전임 총회장이 취임 1년 만에 해임된 이후 2018년부터 잔여임기를 맡아 지난 3년간 루터회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교단은 전 총회장 해임 이후 법적 소송을 진행해 왔으며 최근 각종 소송 결과가 나오면서 갈등 해결 수순을 밟고 있다. 전임 총회장이 김 목사를 상대로 ‘총회장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냈으나 기각됐고, 총회 결의 무효 소송 건도 1심과 2심이 총회의 손을 들어줘 현재 대법원 판단만 남았다. 유지재단과 총회 관련 소송은 아직 본안 2심 중이다.

김 총회장은 “전임 총회장 및 임원들과 법적 소송 문제가 마무리돼 가고 있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 이 문제를 끝까지 잘 마무리하라는 뜻도 있었을 것이고 루터교회가 개혁돼야 한다는 마음을 모아 총대들이 재신임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4년 임기를 맡은 김 총회장은 교단 개혁과 목회자 소명의식을 일깨우는 일, 그리고 성도 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여러 가지 계속된 소송으로 루터대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하지 못한 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임기 내 정상화를 이뤄내 학교를 선교의 사명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세워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탈진한 교단 목회자들에 대한 지원과 격려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총회장 이전에 선배로서 후배 목회자들을 바라볼 때 소명 의식이 많이 저하된 게 안타까웠습니다. 교단 내 교육원을 강화해 일반성도 교육은 물론, 목회자들을 재교육해 사역의 질을 높이고 목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목회자 권익 증진을 위해서도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공교회의 전통을 따르는 루터회는 준목 과정을 거쳐 개척하는 목회자에게 5억원, 자녀 대학 등록금, 은퇴 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51차 총회에서는 미자립 교회의 선교 지원비를 확대했다. ‘미자립’이라는 말 대신 ‘미래자립교회’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준자립교회, 자립교회로 세분화했다.

김 총회장은 “올 총회에서 확정한 표준 자립 지수로 앞으로 어떻게 더 선교 지원비를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교단 내 헌법과 규정을 만들 것”이라며 “코로나로 지친 목회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자립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사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독일과 미국의 루터회와 함께 상호 교류와 협력, 회복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전임 총회장과 법적 소송이 계속되자 해외 루터회는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 3년간 국제적 교류를 맺지 못했다. 최근 집행부가 일본 루터회와 함께 선교 방안을 협력하며 한·일 관계에 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루터회는 작은 규모의 교단이지만 사회 이슈와 변화에 따른 다양한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신학위원회도 구성했다. 교단이 가입된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평등법에 대한 의견이 달라 교단 내 입장 정리가 우선이라는 게 김 총회장의 입장이다. 그는 “이번 회기에 세워진 신학위원회를 통해 평등법과 여성 목사 안수 문제 등 교단의 신학적 입장을 정리하는 등 사회 이슈와 현안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루터회는 코로나 시대에 한국교회 변화와 개혁에 발맞춰 선교 초기부터 함께해 온 ‘컨콜디아사’와 ‘루터란아워’ ‘베델성서교육’ 등 문서와 방송 선교 사역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김 총회장은 “종교개혁 504주년을 맞아 루터의 개혁 정신을 돌아보고 교단 내 갈등과 분열을 치유해 나가겠다”면서 “작지만 건강한 신앙 공동체로서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먼저 찾아 나서는 교단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며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