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낙 14일 만에 회동 “與 정권 재창출 협력”

입력 2021-10-25 04:01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24일 만나 내년 3월 대선에서 “함께 정권 재창출을 이루겠다”고 협력을 약속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뒤 잠행을 이어왔던 이 전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을 맡기로 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대선 경선 이후 처음이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선대위 직책을 맡으며 사실상 ‘원팀 선언’을 한 것”이라며 “이 후보의 대선행보 채비가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한 찻집에서 차담회 형식의 만남을 가졌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의 지역구였던 종로구를 직접 찾으며 예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후보는 또 10분 먼저 도착해 이 전 대표를 기다렸다. 두 사람은 찻집 입구에서 서로를 끌어안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30여분간 진행된 비공개 차담에서 이 전 대표의 선대위 상임고문직 수락이 결정됐다. 배석한 이 전 대표 측 오영훈 의원은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에게 선대위 참여를 요청했고, 양측 협의 결과 상임고문을 맡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신복지 공약’을 이어받으며 화답했다. 신복지는 국가가 국민 삶의 최저기준을 보장하고, 추후 적정기준을 보장하도록 지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 의원은 “이 후보가 직속 선대위 제1위원회를 구성해 신복지 공약을 직접 챙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가 신복지 공약의 추진을 먼저 요청했고 이 후보가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 전 대표 캠프 소속 의원들의 선대위 참여 방법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회동 직후 재차 이 전 대표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이 전 대표께서 한마음으로 원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며 아낌없는 격려의 말씀을 보내주셨다”며 “‘원팀’을 넘어 ‘드림팀’으로 가자는 말씀에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이 아닌 상임고문을 선택한 것을 두고선 뒷말이 나왔다. 당 일각에선 “선거 전면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민심을 얻는 일은 이 후보와 당의 몫”이라며 거리를 뒀다. 오 의원도 이날 “상임고문은 외곽 지원하는 자리 아닌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당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지지자들 사이에 깊게 파인 감정의 골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역시 지지자들의 상처가 아물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배석한 이 후보 측 박찬대 의원이 전했다. 이 전 대표는 모두발언에서도 “누구든 맘에 남은 상처가 아물도록 당 지도자가 앞서 노력해 달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이 후보도 “기다리고 안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고 한다. 지난 경선에서 이 전 대표가 3분의 1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만큼 이 전 대표의 지지자를 끌어안는 것은 대선 승리의 전제조건이다.

이 후보는 25일 경기지사직을 사퇴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이 후보는 27일쯤 문재인 대통령과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