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의식주 타개책은 대화에 있다

입력 2021-10-25 04:02
어제 서울에서 열린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는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에 대한 두 나라의 미묘한 온도차를 재확인한 자리였다. 협의 후 브리핑에서 우리측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종전선언 협의에 무게를 뒀다. 반면 성 김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최근 잇따른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번 협의는 지난달 14일 이후 네 번째 만남이다. 잦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는 북핵문제 해결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견해차를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했다. 이는 앞으로의 남북, 북·미 관계를 다루는 데 부정적 요소다. 그렇다고 성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김 대표는 한국과 종전선언을 포함한 다양한 대북 협력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과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고, 북한의 긍정적인 응답을 바란다고도 했다.

이미 양국이 여러 차례 대화 입장을 밝힌 만큼 이제 북한이 답할 차례다. 김 대표가 북의 미사일 발사를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도발이라고 강하게 규탄하면서도 대화를 다시 제의한 건 북한을 위해 깔아준 판이다.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고통이 가중되는 건 북한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식에서 인민의 의식주 해결을 강조했다. 대화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대화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고립을 선택해봐야 북이 그토록 바라는 식량과 백신이 생기지 않는다. 한·미 양국은 북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경우 이 문제도 긍정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데도 대북 제재 완화 내지 폐지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간보기를 계속하는 북의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대화가 시작되면 대북 제재 완화 문제도 거기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북 제재 완화가 목적이라면 수순은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