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역대 최고의 흥행작에 오르면서 사회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외신들은 드라마 내용과 연결지어 현실 속 부조리를 꼬집었다. 지나친 선정성과 폭력성이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NN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인들은 왜 오징어 게임에 사로잡혔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드라마의 줄거리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엄청난 과장으로 느껴지지만, 우리 중 많은 사람이 겪어 온 불공평하고 예측할 수 없는 삶의 본질을 일깨워준다”고 분석했다. 칼럼을 쓴 에이리얼 로위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모교인 미국 흑인 명문 하워드대 재학생으로 CNN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로위는 “이 시리즈는 빈곤에 빠진 수백 명의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미국에선 매일 우리 버전의 ‘오징어 게임’을 한다. 더 나은 임금을 위해,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기 위해, 심지어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미국인들은 기회와 성공의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드라마 속 게임의 참가자에겐 성공을 위한 규칙이 훨씬 더 명확하다는 게 현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에선 많은 서민이 감당하기 힘든 의료비 부담을 안고 산다는 점도 지적했다. 로위는 “기훈(이정재)의 어머니가 병원비와 집세 걱정 때문에 당뇨병 치료를 거부하는데, 많은 미국인에게 이는 공상과학(SF) 소설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며 “올해 미 의학협회 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난한 지역 주민들은 부유한 지역 주민들보다 평균 5배 더 많은 의료 부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극중에서 파키스탄에서 온 노동자로 등장하는 알리(아누팜 트리파티)의 사례는 미국 시청자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칼럼은 “드라마는 알리를 통해 한국에서 이민자들이 직면한 차별을 묘사했지만 그 상황은 미국의 이민자, 불법 체류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에도 적용된다”면서 “이주 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착취의 대상이 되고, 불법 채용을 위해 돈을 갈취당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오징어 게임’은 폭력적인 내용이나 장면이 많은 성인용 ‘19금’ 드라마인데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노출되고 있어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 타임즈는 “영국 벨기에 캐나다 등의 학교에서 게임에 실패한 아이들이 구타를 당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곳곳에서 비슷한 문제가 대두됐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아일랜드 더블린 남쪽의 한 사립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핼러윈데이에 ‘오징어 게임’ 복장으로 등교하는 것을 금지했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어린 학생에게 적절치 않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또 “아일랜드의 다른 학교에선 최근 학부모와 교사들이 만난 자리에서 아이들이 드라마에 나오는 폭력적인 장면을 학교 운동장에서 그대로 따라 한다는 사실이 보고돼 우려가 커졌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