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째로 빠진 유동규 배임… 이재명과 연결고리 자르기 의심도

입력 2021-10-22 04:02
성남시청 직원들이 21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성남시청 비서실 입구를 신문으로 가로막고 있다. 검찰은 이날 20여명의 수사 인력을 보내 성남시청에 대한 5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15일 첫 압수수색 이후 시장실과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21일 법원에 접수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공소장에는 애초 그의 구속영장에 담겨 있던 수천억원대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가 통째로 빠졌다. 공범 관계와 구체적 행위 분담 등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지만 발부된 구속영장에 있던 혐의가 공소장에서 빠지는 사례가 드문 것도 사실이다. 유 전 본부장에게 적용됐던 여러 혐의 중 배임은 과거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연결된다는 시각이 있던 터라 검찰 수사를 둘러싼 뒷말도 나온다.

법조계는 이번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의 뼈대를 배임으로 봐 왔다. 이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이익은 이례적인 개발사업 공모와 사업자 선정, 이익 배분을 거치며 발생한 성남시의 손해라는 논리 구조였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같은 범죄사실이 포함됐고 법원이 발부한 것은 배임 혐의가 일부 소명됐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졌다.

그럼에도 유 전 본부장의 공소사실에 배임 혐의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여러 해석을 낳는다.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최소 1163억원’의 배임 혐의를 넣었지만 법원에서 기각된 점을 감안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성급히 유 전 본부장의 공소사실에 포함하기보다는 ‘혐의 다지기’에 나섰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검찰은 체포했던 남욱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석방하는 등 ‘속도전’보다는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편이다.

검찰 수사 의지를 둘러싸고 나오는 말들이 많아지는 현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는 당시 성남시의 공모 여부 수사 필요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 후보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이 경우 유 전 본부장의 타인은 성남시 관계자가 된다.

한 검찰 간부는 “영장 범죄사실의 핵심 내용을 빼고 기소하는 것은 보거나 경험하지 못했다”며 “대형 정치인이 결부돼 있다면 뒷말이 없도록 더욱 수사를 다져 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추가 기소를 하는 경우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수사 동력이 어느 정도 상실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성남시청 시장실과 비서실을 수사 착수 22일 만에 압수수색했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보고받거나 결재한 내용을 확인하려는 수사로 풀이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대장동 개발사업 ‘초과이익환수 조항’의 삭제·미채택 여부가 쟁점이 됐고, 이 후보의 배임 혐의 성립 문제는 야권의 핵심 타깃이 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시장실 압수수색은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둘러싸고 당시 시장이던 이 후보가 어떤 보고를 받고 결정을 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검찰 관계자는 “배임을 중요하게 생각해 전력을 다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