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급식조리원이 총파업에 참여한 20일 서울 중구 A초등학교는 점심시간에 샌드위치, 포도주스, 귤이 대체 급식 메뉴로 나왔다. 샌드위치를 든 일부 학생이 포장 벗기는 법을 몰라 난처한 표정을 짓자 영양교사 최명신씨가 포장을 직접 벗겨 아이들에게 건넸다.
급식조리원을 비롯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참여한 이날 일선 학교에서는 미리 대체 급식을 준비해 우려했던 ‘급식 대란’은 없었다. 하지만 도시락과 대체 급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급식 차질로 학부모와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급식 조리원 총 3명 중 2명이 파업에 참여한 A초교에선 부랴부랴 가정통신문으로 대체 급식을 공지했다. 최씨는 “급하게 발주하느라 영양식으로 준비하지 못해 학생들에게 미안했다”고 전했다. 이 학교 2학년 이서율군은 “내일부터는 급식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샌드위치도 맛있지만 급식이 더 든든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교육공무직 16만8597명 중 2만5201명(14.9%)이 파업에 참여했다. 총 1만2403곳 중 급식을 정상적으로 실시하지 못한 곳은 2899곳(23.4%)이었다. 이 중 2581곳은 간편식 혹은 도시락으로 급식이 대체됐다. 나머지는 단축수업과 재량휴업을 진행했다.
돌봄 교실의 경우 6052곳 중 1696곳(13.7%) 소속 돌봄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가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조합원 10만명 가운데 4만여명(40%)이 파업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총파업에 따른 ‘돌봄 공백’에 미리 대처할 수 없었던 학부모들은 혼란과 불편을 호소했다. 인천 서구에 사는 맞벌이 직장인 김모(38)씨는 오후 반차를 냈다. 국공립 유치원에 다니는 7살된 딸이 점심 급식을 못 하고 방과 후 돌봄 수업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급하게 업무를 조정해 반차를 낼 수 있었지만, (반차를 내지 못했다면) 대신 돌봐줄 사람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초등교사 강모(33)씨는 “(급식의 경우) 예정된 파업이었고, 학교 차원에서 미리 대체 급식을 마련해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도 “단축 수업을 진행한 학교에서는 학부모로부터 ‘회사를 가지 말라는 거냐’는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도 수원 정천초등학교를 찾아 급식 및 돌봄 운영상황을 점검한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이번 파업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겪는 불편함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민지 전성필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