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변호사의 체포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핵심 4인방은 시차를 달리해 모두 서울중앙지검에 모이는 처지가 됐다. 한때 한 술집에서 수익과 비용 배분을 의논하던 이들은 이제 검찰에서 서로의 거짓말과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셋은 피의자, 하나는 참고인이다.
2009년부터 동업 관계였던 정영학 회계사와 남 변호사는 로비 의혹을 뒷받침하는 편에 섰다. 이들의 주장은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범죄사실로 연결됐다. 유 전 본부장과 김씨는 범죄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을 펴면서 사실상 이들과 갈라졌다.
진영을 달리한 이들은 남 변호사의 지난 18일 귀국을 놓고 동상이몽이다. 김씨 측은 “남 변호사가 귀국하면 무고함이 밝혀질 것”이라는 태도를 보여 왔다. 남 변호사가 김씨 입장에서 달갑지 않을 ‘350억 실탄’ 등 언론 인터뷰가 보도된 뒤 나온 입장이다. 김씨 측은 남 변호사 말을 모두 사실로 보진 않으면서도 그 증언들이 일방적으로 전달된 정 회계사의 폭로를 어느 정도 희석해줄 것이라고 봤다.
특히 정 회계사의 녹취 계기, 구체적으로 ‘뺨을 맞은 시기’와 관련된 언급이 김씨 측에 유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종전까지는 정 회계사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배당 수익이 현실화한 2019년 이후 모멸감을 느끼는 일이 발생해 녹취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이 “술기운에 뺨을 때린 건 맞지만 이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해도 사태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데 남 변호사 인터뷰 후 이 폭행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 이전인 2014년 초에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을 두고 발생한 일로 굳어졌다.
다만 이는 김씨 측의 기대일 뿐 남 변호사는 남 변호사대로 살길을 찾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그가 대형 법무법인에서 변호인을 선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여러 법조인이 “해외에 머물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조언 아니냐”며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스스로 입국해 곧장 검찰로 향했다가 본인의 입장에서는 손해만 본 최서원씨를 떠올리는 반응도 있었다. 결국 남 변호사의 귀국 의미는 본인 스스로 검찰을 찾지 않는다면 동업자들의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손익 계산인 것으로 법조계는 관측한다.
남 변호사보다 먼저 검찰을 찾은 이는 정 회계사다. 그가 기록한 주변 행적이 검찰의 열쇠가 된 사례는 2014년에도 있었다. 그는 2014년 12월 24일 대장동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수원지검에 출석했다 귀가해 ‘사건 보고서’라는 자필 문서를 썼다. “앞뒤 맞추어서” “횡령의 공범→방법 없음. 줄여서…” “횡령죄의 제척” “변호사비용 우기는 것이 맞음”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이 보고서는 검찰이 남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하는 증거가 됐다. 당시 정 회계사는 사법처리되지 않았고, 현재도 입건 전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아무래도 수사에 협조를 했다”며 정 회계사의 신분이 ‘피의자성 참고인’이라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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