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이 뜨겁다. 미국은 반도체를 국가안보, 중국은 산업의 심장이라고 지칭하면서 국가 전체가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부의 적극적 지원, 차세대 반도체·소재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김태년 의원실과 공동으로 ‘반도체 패권전쟁과 K반도체 대응전략’을 주제로 하는 신성장동력 포럼을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대회의실에서 열었다. ‘미·중 기술전쟁 속 중국의 반도체 전략과 한국의 대응’을 주제발표한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미국은 반도체를 국가안보, 중국은 반도체를 산업의 심장이라고 규정하고 국가 차원의 지원에 나섰다”며 “특히 중국은 기술·금융 등 무수한 전쟁을 대비해 파격적 지원으로 반도체라는 ‘원자폭탄’을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를 민간사업 정도로 여기면서 정부 지원이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전 소장은 “반도체산업은 각국이 보조금을 쏟아내는 거대한 자금 싸움터가 됐다. 아직도 반도체를 개별기업의 민간사업이라고 보는 건 큰 오산”이라며 “세계 최고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어설픈 전문가들이 훈수를 둘 게 아니라 그들의 전략을 믿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 소장은 향후 10년간 판을 바꾸지 못하면 30년 이상 이뤄온 ‘산업의 우위’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5년은 한국의 반도체 수준을 다른 나라들이 따라오지 못하겠지만, 중국이 무섭게 추격하고 미국이 공급망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파격적 투자 없이는 그 후를 보장할 수 없다”며 “반도체를 국가전략사업으로 보고 판을 바꾸는 10년 전략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전략’ 발표에서 중국의 반도체 국가전략을 소개했다. 반도체산업을 경제안보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 박사는 “올해 3월에 나온 중국의 ‘제14차 5개년 계획’을 보면 반도체 설계 툴, 첨단장비·소재, 전력반도체, 실리콘카바이드(SiC) 등 미국의 제재대상이 되는 첨단 반도체 관련 부분을 자립자강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며 “실제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프랑스산 장비를 중국 대만 등의 것으로 대체하며 자립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낮은 자급률, 미국의 제재라는 약점 때문에 단기간에 독자개발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고 관측했다.
또 연 박사는 각국에서 산업정책을 강화하면서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나선 만큼 중장기적으로 무한경쟁에 속도가 붙는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의 생존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가이드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중국의 전략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우리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걸맞은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포럼에 참석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문가들 제언에 공감하며 국가핵심전략산업 특별법 등 정부와 국회가 할 수 있는 지원책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반도체가 안보라는 견해에 동의하며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부족한 인력 문제 해소, 산업 중요도와 특성까지 고려한 세제지원 혜택, 대규모 투자 등을 다시 한번 챙기며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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