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럽 대만 등이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을 확대하면서 코로나19로 취약성이 드러난 세계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19일 ‘반도체 패권전쟁과 K반도체 대응전략포럼’에서 뜨거워진 반도체 패권전쟁에 대비해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무는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의 경쟁력은 과거보다 크게 하락한 반면 아시아권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며 “이런 현상의 원인은 정부 지원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50.8%로 압도적 1위다. 한국이 18.4%로 뒤를 이었다. 일본 9.2%, 유럽연합(EU) 9.2%, 대만 6.9%, 중국 4.8% 순이었다. 하지만 제조시설 점유율을 보면 다른 숫자가 나타난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시설 점유율은 12.2%에 불과하다. 대만(21.5%) 중국(20.9%) 한국(16.5%) 일본(14%) 등 아시아권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안 전무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최강대국이 대만의 한 기업에 반도체를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라며 “반도체산업의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주요 국가에선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반도체 시장 지배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반도체 분업체계의 취약성이 노출되면서 자국 반도체산업을 육성하는 데 전력투구한다. 두드러진 특징은 ‘비교 우위 분야’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미지센서 1위, 낸드플래시 2위인 일본은 해외 첨단 파운드리와의 공동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반도체 기업의 리쇼어링(자국 복귀)을 지원해 제조기반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파운드리 1위 대만은 반도체 첨단공정센터를 설립해 해외기업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양안 인민관계조례를 개정해 반도체 핵심기술과 고급인력의 중국 유출도 막았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절대우위를 차지하는 EU는 ‘유럽 반도체산업 동맹’을 출범하고 2030년까지 역내의 반도체 생산비중을 9%에서 2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도체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 관련 프로젝트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안 전무는 패권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기로 ‘부지 구축’ ‘인력 양성’ ‘세제 혜택’을 꼽았다. 그는 “반도체산업은 이제 개별기업의 영역이 아니라 정부 간 경쟁으로 프레임이 바뀌었다”며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반도체산업이 결정되는 것처럼 각국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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