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공동대표 이명한 양지을)이 네이버와 협력해 K콘텐츠로 해외시장을 공략한다.
티빙은 18일 독립법인 출범 1주년을 맞아 ‘티빙 커넥트 2021’ 온라인 행사를 열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력 확보 계획을 공개했다. 티빙은 지난해 10월 CJ ENM에서 분할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뒤 미국 유럽 등 10개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명한 대표는 “넷플릭스 사례를 통해 강력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주는 사업적 동력이 얼마나 큰지 확인했다”며 “티빙은 K콘텐츠 팬덤과 지적재산(IP)에 있어 (글로벌 OTT보다) 우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티빙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230여개 국가에서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 라인과 협업한다. 국내에선 1월 JTBC 스튜디오와 합작법인으로 손잡은 데 이어 네이버로부터 지분 400억원 규모 투자를 끌어냈다. 티빙이 기획한 콘텐츠를 JTBC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네이버는 주주로서 투자하며 웹툰 등 지적재산(IP)을 제공한다. 최근 JTBC 스튜디오와 네이버는 각각 530억원, 173억원을 티빙에 추가 투자키로 했다.
양지을 대표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즐기려는 고객의 유입이 큰 투자로 이어지면 수준 높은 콘텐츠가 다수 만들어질 것”이라며 “그렇게 만든 콘텐츠가 또 다른 고객을 끌어오는 구조가 티빙의 OTT 플랫폼 확대 방정식”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년간 ‘유미의 세포들’ 등 25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 티빙은 향후 제작할 콘텐츠 라인업도 공개했다. 나영석 PD가 예능 ‘신서유기’의 스핀오프인 ‘스프링 캠프’를,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이욱정 PD가 다큐 ‘푸드 크로니클’을 제작한다.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를 만든 석종서 PD가 드라마 ‘구미호뎐’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 영화감독 이준익은 첫 드라마 ‘욘더’ 제작에 나선다.
경쟁 상대는 글로벌 OTT다. 시장을 선점한 넷플릭스에 이어 다음 달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 진출한다. 이 대표는 “사업의 본질적 특성상 글로벌화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언젠가는 맞닥뜨릴 사업자들과 홈그라운드에서 1라운드를 치른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OTT의 공격적 확장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린다. 제작사 입장에선 투자를 받기가 쉬워지고 콘텐츠를 선보일 플랫폼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독점함으로써 중소규모 제작사가 설 자리를 잃게 만들 수 있다. 출연료 상승도 부담이 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콘텐츠 유통이 OTT를 중심으로 편제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모든 저작권을 다 가져가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처럼 1조원을 벌어도 제작사에 보너스가 되는 게 아닌 게 불합리하다”며 “자본을 바탕으로 출연료를 상승시켜 국내 제작사에 부담을 지우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극장업계는 관객 수 급감으로 인한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OTT 오리지널 영화를 상영하려 한다. CGV는 이날 ‘더 하더 데이 폴’ 등 넷플릭스 영화 6편을 개봉한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