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베토벤(1770~1827)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였다. 전 세계 공연계는 베토벤 관련 콘서트와 페스티벌 등 각종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준비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현존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5)도 지난해 세계 투어가 취소됐지만 특별한 음반을 내놓았다. 막스 리히터, 로디온 셰드린, 탄 둔 등 세계적인 작곡가 11명이 베토벤의 걸작 ‘디아벨리 변주곡’(디아벨리의 왈츠에 의한 33개의 변주곡)을 토대로 새롭게 작곡한 곡을 부흐빈더가 연주한 ‘디아벨리 프로젝트’다. 부흐빈더는 지난해 이 프로젝트로 내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탓에 미뤄져 19~24일 서울 대전 대구에서 관객과 만난다.
부흐빈더는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 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년 반 만에 한국을 찾았다. 백신을 3차(부스터 샷)까지 맞고 입국했다”며 “전 세계가 위드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면서 콘서트가 다시 열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부흐빈더의 연주 레퍼토리는 바흐부터 현대음악까지 광범위하며 100장 넘는 음반을 냈다. 그는 특히 베토벤 연주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부흐빈더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음반을 3차례 발매했고 전 세계에서 50회 이상 전곡 연주를 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초판과 원판 등 악보도 다수 소장하고 있다.
부흐빈더는 “11세 때 처음 베토벤의 작품을 연주한 이후 베토벤은 내 인생의 중심이 됐다. 한평생 연주해도 질리기는커녕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이 크다”며서 “40년 넘게 베토벤을 치고 나서야 자유롭게 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부흐빈더가 이번에 들려줄 디아벨리 변주곡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하던 출판업자 겸 작곡가 안톤 디아벨리로 인해 나온 작품이다. 디아벨리는 1819년 자신이 작곡한 왈츠 주제를 50명의 작곡가에게 나눠주며 변주곡 작곡을 요청했다. 이를 모은 작품집이 1824년 출판됐는데, 슈베르트 체르니 리스트 같은 작곡가의 작품도 포함됐다. 베토벤은 디아벨리의 왈츠 주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 거절했지만 얼마 뒤 마음을 바꿔 작품을 썼다.
부흐빈더는 “1973년 디아벨리 변주곡 전곡을 50명의 다른 피아니스트와 연주한 적이 있다”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오늘날 작곡가들은 어떻게 해석하는지 알고 싶어 디아벨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