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제조에서 벗어나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상품 개발부터 반도체 제조까지 영역을 넓히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에 속도를 붙인다.
현대자동차·기아는 핀테크 기업 핀다, 하나은행과 손잡고 커넥티드카 데이터를 활용한 특화 금융상품 개발에 나선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커넥티드카 구입자에게 안전운전 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자동차 구매지원 금융상품 등 향후 커넥티드카 데이터를 활용한 특화 금융상품 개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커넥티드카로부터 수집된 운행정보, 차량 상태, 운전습관 등의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핀다는 금융 중개채널을 활용한 고객 유치 및 고객 정보 데이터베이스화 등을 수행한다. 하나은행은 커넥티드카 기반 금융상품 개발 및 대출 금리 데이터 제공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현대차·기아 TaaS본부 정헌택 상무는 “신사업 기회 발굴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변화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의 이런 움직임은 미래 자동차 산업이 단순히 자동차 제조가 아닌 모빌리티 전반을 아우르는 쪽으로 발전할 것을 염두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인간중심의 모빌리티’를 비전으로 선포한 뒤 꾸준히 외연을 넓히고 있다. 포티투닷(42dot) 같은 자율주행 업체나 그랩 등 카세어링 서비스, 인공지능(AI) 업체 등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차를 이용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 자동차 뿐만 아니라 로봇까지 모빌리티 영역을 확대했고, 도심항공모빌리티(UAM)도 준비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인류가 원하는 곳으로 스트레스 없이 갈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서비스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다”고 미래 사업 방향을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자동차업체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내재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로 접어들면 자동차가 내연기관이 아닌 ‘제2의 스마트폰’ 같은 위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체 반도체 생산 역량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부문을 인수해 차량용 반도체 분야 개발에 나섰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최근 “많은 투자와 시간이 걸리지만, 반도체는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