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로 수사 확대하려던 檢, 속도 조절 불가피

입력 2021-10-15 04:03
사진=윤성호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의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사진)씨의 구속영장이 14일 기각되면서 법조계·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검찰 계획에 일부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은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을 토대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녹취록의 증거능력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향후 검찰은 녹취록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진술과 증거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이날 구속영장이 기각된 배경은 법원이 김씨의 방어권 보장에 초점을 맞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가 간경화 말기 상태로 건강이 좋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구속영장 청구의 결정적 증거가 된 정 회계사의 녹취록 신빙성도 법원은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그간 정 회계사의 녹취 사실을 인지하고 일부러 허황되게 말을 했고, 녹취록은 사업 수익금 배분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정 회계사가 의도적으로 편집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김씨가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범인 점, 뇌물 액수 등에 비춰 혐의가 중대하다며 구속 수사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전 본부장에게 약속한 700억원과 실제 건넨 5억원에 대한 소명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서 김씨를 조사하며 5억원에 대해 수표 4억원과 현금 1억원이라고 했다가, 법정에서는 현금 5억원이라고 말을 바꿨다.

검찰은 김씨가 유 전 본부장과 공모해 대장동 사업 설계 과정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 등을 삭제해 공사에 최소 1163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김씨 측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공사 측도 5627억원의 이득을 가져갔고, 결과적으로 성남시가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또 “공사가 리스크 없이 우선주 배당 방식으로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보통주주였던 화천대유의 초과이익은 문제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조만간 곽상도 전 의원과 그의 아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김씨가 곽 전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50억원이 결국 국회의원이던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 사업을 도와주는 대가로 받은 뇌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검찰은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를 소환해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 전반과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로비 의혹 전반에 대해 캐물을 예정이다. 남 변호사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로 1000억원의 배당 수익을 가져갔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른바 ‘50억 약속 클럽’에 대해 “7명에게 50억씩 주기로 했다는 얘기를 (김씨에게) 듣고 큰일 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에 체류 중인 남 변호사는 다음 주 초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검찰에 전했고, 검찰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