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2017년 6월 성남시장 재직 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대장동 개발사업 배당이익(1822억원) 활용 방안으로 임대주택용지 매입을 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장 결재 직인이 있는 문건에는 임대주택용지를 매입하지 않는 대신 성남시 정책에 활용하는 방안에 동그라미(사진)가 그려져 있다. 배당이익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지사의 ‘시민 현금배당’ 공약 재원으로 발표됐다.
국민일보는 14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7년 6월 12일 성남시에 올린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공사 배당이익 관련 보고’ 문건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했다.
이 문건에는 대장동 개발로 인한 배당이익 활용방안이 세 가지로 적혀 있었다. 대안1은 ‘A10블록(1200세대) 매입’, 대안2는 ‘A9블록(221세대) 매입 및 임대주택 건립’, 대안3은 ‘임대주택용지 미매입’이 주요 내용이다. 이 중 대안3에 동그라미가 표시돼 있다. 임대주택용지를 매입하지 않고, 배당이익을 성남시 정책 방향에 따라 활용하는 방안이다. 배당이익 사용처와 관련한 성남시 내부 결정 과정이 공식 문건에서 확인된 건 처음이다.
공사는 예상 배당이익을 세전 1822억원, 세후 1404억원으로 명시했다. 그러면서 대안1은 “취득세 및 주택건설사업비 부족으로 추진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안2는 “국민임대주택 건설로 대장동 세입자 이주대책 활용 가능”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안3과 관련해서는 “성남시에 배당하여 효과적인 정책사업에 활용”이라는 의견을 냈다. 임대주택 부지를 포기한 공사는 약정에 따라 배당이익 1822억원을 받았다. 이후 2019년 12월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한 성남의뜰이 해당 임대주택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팔았다.
특혜 의혹이 불거진 대장지구 임대주택 비율은 6.72%에 불과해 도시개발법 기준에도 못 미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번 문건을 통해 대장동 개발 배당이익이 결국 서민주거복지를 포기한 결과물이란 비판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배당이익은 대신 이 지사가 내건 시민 현금배당에 활용됐다. 이 지사는 경기지사 선거 5개월 전인 2018년 1월 “성남 시민들에게 1인당 18만원씩 현금배당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 같은 현금배당이 현실화되진 않았다. 성남시는 은수미 시장이 취임한 후인 지난해 4월 1822억원 중 1000억원을 코로나 재난지원금으로 썼다.
김 의원은 “최종 결재자(시장)의 도장이 찍힌 문서의 표시는 최종 결재자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라며 “이 지사는 경기지사 선거 전 대장동 사업 수익을 시민들에게 배당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기본소득이라는 도지사 공약을 시험해 보고자 서민주거복지를 내버린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