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승복 선언에 민주당은 본격 ‘원팀’ 모드로 돌입해 선거대책위원회 작업에 착수했다. 이 전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재명 후보와 손을 잡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이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원팀’ 꾸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양측간 감정 싸움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이낙연 전 대표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일 이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첫 직접 소통이다.
양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 결과를 수용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이후 이 후보가 전화연락을 취했다. 이 후보가이 전 대표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표했고, 이에 이 전 대표도 당선에 대한 축하 인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사람은 향후 일정 등 구체적인 대화까지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간의 첫 접촉이 이뤄진 만큼 향후 협력 논의는 시간을 두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로선 이 전 대표와의 화학적 결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 전 대표에게는 30%대의 견고한 지지율이 있고 열성 지지층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압승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턱걸이로 본선에 오른 것 또한 이 후보에겐 부담이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의 국정감사가 끝나는대로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결국 공동선대위원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 전 대표는 14일 해단식에서 작심 발언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이 전 대표는 “다신 안 볼 사람들처럼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내는 것은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일 뿐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이러한 발언으로 ‘용광로 선대위’에 시작부터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당 지도부는 서둘러 일축했다. 송영길 대표는 부산 일정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와 장시간 통화를 나눴고, 이 후보 또한 전날 이 전 대표와 직접 통화를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측도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박광온 의원은 “정치를 하는 데 있어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한 원칙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 측은 공동선대위원장 자리에 거론되는 것에 대해 크게 반감을 나타내지는 않으면서도 거리를 두고 있다.
이 전 대표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는 당 지도부와 이 후보 측은 선대위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일각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름이 오르내리자, 유 이사장은 이날 “선거캠프에 참여할 뜻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가 사퇴한 황교익씨는 페이스북에서 “이번 대선 경선에서 극렬문빠가 이낙연에게 붙었다”면서 “극렬문빠가 포함된 원팀이면 민주당의 재집권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경선 이후 화학적 결합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