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검찰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을 법정에서 공개하려 했으나, 재판부가 제지해 30분 만에 의견 진술을 마쳤다. 검찰은 김씨가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범인 점, 김씨의 뇌물 액수 등에 비춰 혐의가 중대하다며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김씨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은 김씨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김씨가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 일부인 약 700억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주기로 약속했으며, 5억원은 현금으로 실제 지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김씨를 조사하며 유 전 본부장에게 지급한 수표 4억원과 현금 1억원의 성격을 캐물었는데, 법정에서는 현금 5억원이라고 바꿨다. 김씨는 유 전 본부장에게 5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없고, 4억원은 남욱 변호사에게 빌린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씨가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에게 지급한 퇴직금 50억원에 대해 “당시 민정수석으로 근무했던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에 포괄적인 도움을 줬다”며 뇌물의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씨는 산업재해 피해에 따른 정상적인 퇴직금이라고 반박했다. 김씨는 700억원에 대해선 “유 전 본부장이 애초 ‘받을 돈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약속도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검찰은 김씨가 유 전 본부장과 공모해 대장동 사업 설계 과정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 등을 삭제해 공사에 최소 1163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공사 측도 5627억원의 이득을 가져갔고, 결과적으로 성남시가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김씨 측은 또 “공사가 리스크 없이 우선주 배당 방식으로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보통주주였던 화천대유의 초과이익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향후 검찰은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를 소환해 법조계와 성남시의회 등 로비 의혹을 규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 공사와 화천대유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정민용 변호사의 자술서에는 김씨가 로비 명목으로 ‘성남시의회 의장·의원 50억원 등 350억원 실탄’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남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7명에게 50억씩 주기로 했다는 얘기를 (김씨에게) 듣고 큰일 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7명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기사에 보시면 다 나오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남 변호사는 다음 주 초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검찰에 전했고, 검찰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에 변호사 선임계도 냈다고 한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