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金, 최윤길에 ‘몸이 아파 전면 나서기 힘들다’… 부회장 부탁”

입력 2021-10-15 04:03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을 만나 “몸이 아파 이제 일을 전면에서 하지 못할 것 같다”며 부회장직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사업 초기 각각 민간개발과 공영개발을 대변하던 김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이를 조율한 이가 최 전 의장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최 전 의장에게 “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 좀 해주십시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씨는 검찰 소환을 앞두고 간경화로 건강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김씨는 성남시의회에서 대장동 사업 진행 경과를 지켜본 최 전 의장에게 전반적인 회사 운영, 자금 관리, 분양대행사와의 계약관계 해결 등을 맡기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최 전 의장은 화천대유와 40억원의 성과급 계약을 한 것에 대해 주변에 “변호사로부터 계약절차가 문제될 것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의장과 김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두고 성남시의회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치던 2012년 무렵 접촉이 잦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최 전 의장은 같은 해 7월 성남시의회 의장에 선출됐다.

특기할 점은 당시만 해도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의 입장이 다소 엇갈렸다는 점이다. 당시 성남시의회 사정을 잘 아는 A씨는 “김만배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저지해줬으면 하는 의중을 자주 내비쳤다”고 말했다. 반면 전 성남시의원 B씨는 “유동규씨가 찾아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할 수 있게 꼭 좀 도와 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다고 말했다. 한 성남시의회 현역 의원은 “제 기억으로도 그 둘은 대척점에 있던 것이 맞는다”고 했다.

일각에선 2013년 2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한 최 전 의장이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을 조율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성남시 의장에게 30억원이 전달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만큼 최 전 의장을 상대로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일보는 최 전 의장에게 관련 내용을 물으려 했으나 최 전 의장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한편 김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논란이 됐던 ‘그분’ 발언에 대해 “그분은 전혀 없다. 그런 말한 기억도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정 회계사의 녹취록은 신빙성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