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현장점검했던 사업장서 노동자 99명 사고死

입력 2021-10-15 04:06

지난 2년간 정부의 현장순찰 방식(패트롤) 안전점검을 완료한 건설·제조업 사업장에서 99건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인력·예산만 대폭 늘리고 정작 중요한 안전점검은 부실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패트롤 사업이 시작된 2019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현장 안전점검을 완료한 건설업(77명) 제조업(22명) 사업장에서 99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다.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 소관의 패트롤 사업은 공사 규모 120억원 미만 건설업과 50인 미만 제조업 등의 현장을 불시에 방문해 산업재해 위험요인·예방조치를 점검하는 것이다. 공단의 전체 현장 방문 사업 중 48% 비중을 차지할 만큼 정부가 ‘산재 사망사고 감축’을 위해 공들이는 사업이다. 패트롤 점검 인력은 2019년 1158명에서 올해 1675명으로 45% 늘었고, 같은 기간 사업예산은 43억3400만원에서 87억100만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문제는 산재 사망사고 감축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하반기 패트롤 점검을 완료한 건설업 사업장에서 22명이 사망했는데 지난해 상반기에는 사망자 수가 44명으로 2배나 늘었다.

패트롤 점검 직후의 사망사고도 속출했다. 서울 강서구 한강 G트리타워 신축 공사현장에선 지난 3월 15일 패트롤 점검 후 2일 만에 노동자가 사고로 숨졌고, 고속국도 1호선 동이-옥천 간 확장 공사현장은 지난 4월 22일 점검을 받고 나흘 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월 6일 패트롤 점검이 시행된 개포4복합문화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선 8일 후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패트롤 점검 대상 사업장의 사망사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120억원 미만 건설업의 사망자 수는 2019년 311명, 지난해 359명, 올해 6월 기준 196명을 각각 기록했다. 월평균 사망자 수로 집계하면 2019년 25.9명, 지난해 29.9명, 올해 32.6명이다. 올해 산재 사망자 수를 705명으로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목표 달성에도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산재 사망자 수는 2019년 855명에서 지난해 882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3분기까지 648명을 넘어선 상태다.

임 의원은 “패트롤 사업이 시작된 2019년 하반기에는 120억원 미만 건설업 사망자 수가 상반기보다 20명 늘기도 했다”며 노동자 보호를 위한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