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신머리’ 발언에… 洪 “오만방자” 劉 “뵈는 게 없나” 설전 격화

입력 2021-10-15 04:0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4일 경기도 수원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 간담회에서 김성원 경기도당 위원장과 손을 잡고 양팔을 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 의정부 제일시장 상가번영회에서 열린 당원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본경선에 돌입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의 설전이 점입가경의 ‘육탄전’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런 정신머리면 당이 없어지는 게 맞다”고 작심 비판하자 다른 후보들도 거친 표현으로 윤 전 총장을 협공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14일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참 오만방자하다. 들어온 지 석 달밖에 안된 사람이 정신머리 안 바꾸면 당을 해체해야 한다? 이건 넘어가기 어렵다”며 “뻔뻔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이어 “그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치지 않고는 정치를 계속하기 어렵겠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문재인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한 덕분에 벼락출세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느냐”며 “지지도 좀 나온다고 정치가 우습게 보이고, 당이 발밑에 있느냐”고 반발했다.

이번 논란은 윤 전 총장이 전날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당 선배들이 더불어민주당 프레임에 맞춰 저를 공격한다”며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을 직격한 게 발단이었다. TV토론에서 두 사람이 ‘고발 사주’ 의혹이나 윤 전 총장 가족 문제, ‘무속 논란’ 등으로 협공하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그러면서 “도대체 야당 대선 후보가 할 소리냐. 당도 정권을 가져오느냐는 둘째 문제고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당이 없어지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정신머리’ 등의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하자 우호적 관계였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원 전 지사는 “윤 전 총장 발언은 당원을 모욕하는 실언”이라며 “검증 과정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보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는 게 올바른 경선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후보들 간 아슬아슬한 신경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도 수원의 경기도당 사무실에서 최고위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지지자가 우려할 정도로 설전이 격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초기 후보 간 기싸움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당 해체’ 발언에 대해서는 “화살을 당 해체로 돌리는 건 개연성이 떨어진다”며 “의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윤 전 총장은 당의 분발을 촉구한 발언이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경기도당 당직자 간담회에서 “(검사 시절) ‘너 그런 것도 못 밝힐 거면 검사 때려치우라’고 했다. 이건 때려치우라는 게 아니라 잘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이 야당으로서의 투쟁성을 많이 잃었다”며 “당의 문을 닫자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더 이상 무도한 짓을 못하도록 우리 자신이 결의를 다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15일 윤 전 총장과 ‘일대일 맞수토론’이 예정된 홍 의원은 “어제 발언은 용서할 수 없다”며 “토론할 때 그냥 안 두겠다”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