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경선에 돌입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의 설전이 점입가경의 ‘육탄전’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런 정신머리면 당이 없어지는 게 맞다”고 작심 비판하자 다른 후보들도 거친 표현으로 윤 전 총장을 협공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14일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참 오만방자하다. 들어온 지 석 달밖에 안된 사람이 정신머리 안 바꾸면 당을 해체해야 한다? 이건 넘어가기 어렵다”며 “뻔뻔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이어 “그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치지 않고는 정치를 계속하기 어렵겠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문재인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한 덕분에 벼락출세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느냐”며 “지지도 좀 나온다고 정치가 우습게 보이고, 당이 발밑에 있느냐”고 반발했다.
이번 논란은 윤 전 총장이 전날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당 선배들이 더불어민주당 프레임에 맞춰 저를 공격한다”며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을 직격한 게 발단이었다. TV토론에서 두 사람이 ‘고발 사주’ 의혹이나 윤 전 총장 가족 문제, ‘무속 논란’ 등으로 협공하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그러면서 “도대체 야당 대선 후보가 할 소리냐. 당도 정권을 가져오느냐는 둘째 문제고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당이 없어지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정신머리’ 등의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하자 우호적 관계였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원 전 지사는 “윤 전 총장 발언은 당원을 모욕하는 실언”이라며 “검증 과정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보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는 게 올바른 경선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후보들 간 아슬아슬한 신경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도 수원의 경기도당 사무실에서 최고위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지지자가 우려할 정도로 설전이 격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초기 후보 간 기싸움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당 해체’ 발언에 대해서는 “화살을 당 해체로 돌리는 건 개연성이 떨어진다”며 “의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윤 전 총장은 당의 분발을 촉구한 발언이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경기도당 당직자 간담회에서 “(검사 시절) ‘너 그런 것도 못 밝힐 거면 검사 때려치우라’고 했다. 이건 때려치우라는 게 아니라 잘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이 야당으로서의 투쟁성을 많이 잃었다”며 “당의 문을 닫자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더 이상 무도한 짓을 못하도록 우리 자신이 결의를 다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15일 윤 전 총장과 ‘일대일 맞수토론’이 예정된 홍 의원은 “어제 발언은 용서할 수 없다”며 “토론할 때 그냥 안 두겠다”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