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성남시의회 의장 선거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시의원들이 최윤길 전 성남시 의장으로부터 ‘당선되면 민주당에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서에 서명을 받으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 전 의장은 새누리당 경선에서 떨어진 뒤 당론을 어기고 출마해 의장에 당선된 후 민주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최 전 의장이 “(당시)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골프를 치러 다닌다”며 친분을 과시했다는 주변의 증언도 있었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2년 7월 성남시 의장 선거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일부 시의원이 새누리당에서 의장으로 출마하려는 최 전 의장에게 3~4가지 제안을 담은 일종의 협약서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성남시의회 사정을 잘 아는 핵심 관계자는 “민주통합당 소속 A의원이 한 장짜리 협약서 문건을 파일철에 넣어 시의회를 돌아다녔다”며 “‘최 전 의장에게 이렇게 제안해 받아 오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문건을 직접 봤다”며 “‘민주당이 하는 일에 협력하겠다’는 등 3~4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문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최 전 의장이 사석에서 유 전 본부장과 친분을 과시한 적도 있었다. 한 전직 시의원은 “최 전 의장이 취임 이후 유 전 본부장과 골프를 친다고 주변에 자랑스럽게 말한 적이 있다”며 “대장동 사업과 관련된 이들이 시의회에 찾아와 ‘최 전 의장에게 협조하라’며 협박에 가까운 제스처를 취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전 의장이 민주당으로 넘어가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등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성남시의회는 여소야대로 주요 현안을 두고 성남시와 충돌했는데, 최 전 의장 당선 후 관련 현안들이 신속히 처리됐다는 뜻이다.
다만 최 전 의장이 민주당의 제안을 접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협약서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A의원은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들었지만 저는 아무런 역할을 한 게 없다”고 했다. 성남시의회 민주통합당 대표를 맡았던 윤창근 현 성남시 의장도 “이면 합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최 전 의장은 지난해부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부회장으로 근무 중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도 “성남시의장에게 30억원이 전달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최 전 의장을 고리로 성남시의회에 전방위 로비가 벌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도 최 전 의장이 당선된 2012년 무렵부터 성남시의회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당시 성남시의회에서 김씨를 만난 인사는 “김씨가 검찰 고위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하면서 ‘법조계를 꽉 잡고 있으니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고 떠올렸다. 시의원 출신의 한 인사는 최 전 의장과 유 전 본부장, 김씨를 가리켜 “그들은 한배를 탄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국민일보는 최 전 의장에게 관련 내용을 확인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성남=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