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 ‘3대 가축질병’ 원천 차단에 올인

입력 2021-10-14 04:03
김현수(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4월 19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검출된 강원 양양군 인근 야생 멧돼지 차단 울타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농림축산식품부

방역 당국이 3대 가축질병 차단에 ‘올인’한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특별방역기간이 운영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차단에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가축질병까지 퍼지면 물가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저변에 깔려 있다.

일단 코로나19 이후 현재까지의 방역 대응은 대부분 합격점에 가깝다. 2019년 9월 국내에 최초로 유입된 ASF는 23일간 14건이 발생하며 맹위를 떨친 뒤 휴지기에 돌입했다. 유력한 전파 요인인 야생맷돼지 사이에서는 전파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시점만 봤을 때 돼지농장 유입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다. 지난해 10월 2건, 올해 5월과 8월에 각각 1건 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전부다. 그나마도 경기도와 강원도 등 중부 지역에서만 발생하고 있다. 돼지농장 밀집 지역인 충청권 유입을 막기 위해 대규모 차단 울타리를 설치한 덕분이다.

돼지·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구제역은 코로나19 이후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2019년 1월 발생을 마지막으로 보고된 사례가 없다. 방역 정책의 일환인 백신 접종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 돼지의 항체 양성률은 올해 3월 기준 90.9%까지 높아졌다. 구제역이 발생했던 2019년(76.7%)보다 14.2% 포인트 증가하면서 소와 비슷한 수준의 양성률을 보이는 중이다.

계란 파동을 부른 AI의 경우 지난 겨울에 기승을 부리기는 했다. 역대 2번째로 많은 살처분 마리 수를 기록하며 과도한 살처분 논란을 부른 것도 사실이다. 다만 최악의 피해로 기록된 2016년 겨울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야생조류에서 검출된 고병원성 AI 확진 건수는 65건이었고 지난 겨울에는 2.6배 더 많은 234건에 달했다. 감염된 철새가 많았던 만큼 확산 우려가 더 높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겨울 가금농장 AI 확진 건수는 2016~2017년(383건)의 28.5%에 불과한 109건에 그쳤다.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소비자 피해가 컸다는 점은 맹점으로 꼽힌다. AI 확산에 따른 예방적 살처분으로 산란계가 줄면서 계란값이 급등했다. 이번 특별방역대책 기간에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방역 수준을 충족한 산란계 농장에 대해 살처분 예외를 인정하는 ‘질병관리등급제’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AI가 발생하더라도 계란 대란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