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D램 가격이 평균 15~20%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에 주력하는 국내 기업들의 타격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에 D램 가격이 내림세로 전환해 내년에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고객사의 재고 증가로 공급이 수요를 추월하면서 평균 가격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집중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개 기업의 비트 단위 D램 공급은 내년에 17.9% 증가하는 반면 수요는 16.3%로 더 적게 증가할 것으로 봤다.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은 올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3~8% 하락하기 시작해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내년에 D램 평균 가격은 올해보다 15~2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격 하락에도 출하량이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 전체 D램 시장의 매출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선 메모리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로 세계 D램 시장을 1·2위로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6만 전자’까지 추락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약세도 이 같은 전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장기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보단 타격이 크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기업 내부 정보 제출 요구도 국내 반도체 기업의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미국의 압박이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KEI) 연구진은 12일(현지시간) 한국 취재기자단과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반도체 기밀 자료 요청을 거부할 경우 미국 내 공공조달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KEI 연구진은 “공공부문에서 일하거나 정부에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에 대한 미 정부의 요구는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며 자료 제출 요구를 ‘자발적인 요청’이라고 표현했다. 관세 등 보복조치 가능성에 대해선 “조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가 반도체 칩 수를 늘리는 것인 만큼 공급망을 위협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워싱턴의 바람은 삼성과 협력하는 것이지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