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만 키운 가계대출 억제책… 9월 6.5兆 증가 역대 두 번째

입력 2021-10-14 04:07

가을철 내 집 마련과 전세 등 이사 수요가 늘면서 9월 기준 가계대출 증가액이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책도 폭발적인 대출 증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7405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5000억원 증가했다. 8월 증가액(6조1000억원)보다 더욱 늘어난 액수다. 9월 기준 가계대출 증가액은 치솟는 부동산값에 ‘패닉 바잉’이 일어났던 지난해 9월(9조6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다.

주택담보대출은 8월 5조8000억원 증가한 데 이어 9월에도 5조7000억원 늘어나며 좀처럼 증가세를 줄이지 못했다. 역시 9월 기준으로 볼 때 주담대 증가액은 지난해 9월(6조7000억원), 2015년 9월(6조원) 이후 세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주담대 증가액 중 전세자금 대출은 2조5000억원(43.9%)을 차지했다.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 같은 기타 대출 역시 같은 기간 3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증가 폭이 배 이상 늘어났다.

한은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금융당국도 7월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에 본격 착수했고, 시중은행도 대출 한도 감축 및 금리 인상 등으로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상태다. 그런데도 9월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지 못한 셈이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이달 가계부채 보완 대책이 발표될 텐데 정부와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조치의 강도에 따라 추이가 달라질 것”이라며 “하지만 가계대출 수요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어서 증가세가 진정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기업의 9월 말 기준 은행 원화 대출 잔액은 1049조원으로 같은 기간 7조7000억원 증가했다. 역시 9월 기준으로는 2009년 6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개인사업자 대출(3조5000억원)을 포함해 중소기업 대출이 7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 역시 9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한은은 “정부 등의 금융 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설 자금 중심으로 대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대출은 3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 수신 잔액의 경우 2075조6000억원으로 18조2000억원 증가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이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기업자금과 추석 상여금 등으로 15조7000억원 증가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