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사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씨가 무소속 곽상도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 등 명목으로 지급한 50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김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김씨가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모해 1100억원대 배임을 저질렀다는 혐의도 담겼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12일 김씨에 대해 750억원 뇌물, 1100억원 배임, 55억원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를 불러 조사한 지 하루 만이다.
검찰은 김씨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사업 편의를 받는 대가로 개발 이익의 25%인 약 700억원을 돌려주기로 약속했고 이중 5억원을 실제 전달했다고 봤다. 검찰은 특히 곽 의원의 아들 병채씨가 지난 3월 퇴사할 때 화천대유가 50억원을 지급한 사실도 김씨의 뇌물공여 혐의로 적시했다. 검찰은 김씨가 이들에게 건넨 55억원은 화천대유로부터 장기 대여한 473억원 중 용처를 소명하지 못하는 금액이라고 보고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김씨를 유 전 본부장의 배임 공범으로 적었다. 유 전 본부장이 2015년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필요하다는 실무자의 건의를 묵살할 때 김씨도 적극 가담했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들에게 4000억원가량의 이익을 가능하게 해 줬고 그만큼 공사 측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아 왔다. 검찰은 김씨의 배임 액수는 그의 수익에 맞춰 약 1100억원이 된다고 판단했다.
김씨 측은 “사업비 정산 다툼 중인 정영학 회계사와 그가 몰래 녹음한 신빙성이 의심되는 녹취록을 주된 증거로 영장이 청구됐다”고 반발했다. 전날 조사 과정에서 녹취록이 제시되지 않아 방어권이 침해됐다고도 주장했다. 곽 의원 아들 퇴직금이 뇌물로 판단된 데 대해서도 “수수자 조사조차 없었다”고 항변했는데, 검찰은 소명이 돼 영장을 청구했다는 태도다. 김씨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4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